“트럼프, ‘마가’로 선거 승리...좋은 슬로건이 표심 움직여”
■김덕용 홍익대 디자인컨버전스학부 명예교수
‘산소 같은 여자‘ ‘탱크주의’ ‘보통사람’ 등 숱한 히트작 탄생의 주역
6·3 지방선거는 유가 불안 등 위기 속 치러져... 후보 메시지가 중요
좋은 문구만 나열하는 식으론 한계…유권자 입장에서 문제 바라봐야
슬로건은 나를 대신할 강력한 무기…각자 자신만의 브랜드 만들어보길
수정 2026-04-18 07:30
입력 2026-04-18 07: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에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워 미국인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슬로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김덕용 홍익대 디자인컨버전스학부 명예교수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슬로건은 시대의 공기와 감정을 읽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전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1980년대부터 오리콤과 코래드, 오길비 등에서 800여 편의 광고 슬로건을 제작한 국내 광고마케팅 개척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산소 같은 여자’(1993년),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깨끗함이 달라요’(1995년), 대우전자의 ‘탱크주의’(1995년) 등이 그의 작품이다. 한국 최초로 TV 정치광고를 제작했고,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보통사람’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준비된 대통령’ 등 총 6차례 선거 캠페인에 참여했다.
김 교수는 최근 출간한 브랜딩 전략서 ‘운명을 바꾼 한마디, 슬로건’에서 “광고 카피 문구와 마찬가지로 정치도 트렌드 즉, 민심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마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준비된 대통령’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국민들이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리더십을 간절히 염원하던 상황에서 이러한 메시지들은 강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며 “국민들이 절박한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에 대해 해답과 같이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6·3 지방선거에서도 슬로건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국제정세 불안, 유가 급등, 물가 상승 등 국가적 위기 속에서 치러진다”며 “정치 성향을 떠나 후보자들이 주는 메시지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만한 슬로건이 하나쯤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선거철마다 좋은 문구만 남발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는 아돌프 히틀러 이후 100년, ‘아이 러브 뉴욕(I Love NY)’은 40년 넘게 국가와 도시를 상징하는 심벌로 자리했다”며 “정치인들이 매번 선거마다 제대로 된 전략도 없이 문구만 나열하는 슬로건을 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그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전에 과자 광고를 맡았을 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고, 생리대 광고를 맡았을 때는 주머니에 생리대를 넣고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여성들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며 “정치인도 유권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좋은 정책도, 선거 구호도 탄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학에서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는 인공지능(AI)은 창작의 영역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슬로건, 광고는 독창성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창작자들에게 AI의 등장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전했다. 그는 “19세기 초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화가들이 “이제 미술은 끝났다”고 좌절했지만, 오히려 야수파·추상파 등 새로운 화법이 등장하는 촉매제가 됐다”며 “카메라를 사진 찍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머릿속 떠오른 영감을 글로 꺼내 쓰는 도구로 AI를 활용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각자 나를 각인시킬만한 자신만의 강력한 문장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그는 “현대 사회는 이미지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세상”이라며 “당신의 뇌리에 박힌 단 하나의 문장, 그것이 바로 나의 브랜드이자 스스로를 알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일상에서도 짧은 문장 하나가 개인을 넘어 회사, 국가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며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슬로건 하나씩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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