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숲에서 개구리 먹으며 버텨…늑구의 ‘해방일지’
■대전 탈출 늑대 9일만에 생포
17일 새벽 안영IC 인근에서 잡혀
낚싯바늘 제거…맥박·체온 ‘정상’
짧은거리만 오가…고인물 갈증 해소
동물 탈출 사태 책임범위 논의 점화
대전도시公, 공식 사과…“대책 마련”
수정 2026-04-17 23:36
입력 2026-04-17 17:46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9일 만에 생포돼 무사히 우리로 돌아왔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늑구는 수색팀의 추적을 피해 숲과 도로를 오가며 버텼고, 물고기나 소형 동물 사체 등을 먹으며 기력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대전시에 따르면 늑구는 이날 0시 44분께 대전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나들목(IC) 인근에서 포획됐다. 전날 오후 뿌리공원 인근에서 시민 제보를 접수한 수색팀은 수색을 재개했고 오후 11시 45분께 늑구를 발견해 마취 총 한 발을 쏜 뒤 약 30분 만에 생포했다. 포획 직후 늑구의 맥박과 체온은 정상 범위로 확인돼 전반적인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X레이 검사에서 길이 2.6㎝의 낚싯바늘이 발견돼 내시경으로 제거했다.
늑구는 이달 8일 오전 9시 18분께 오월드 사파리 철조망 아래를 파고 달아났다. 울타리 밑 흙을 파내 틈을 만든 뒤 밖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탈출 직후에는 오월드 주변을 맴도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곧 인근 야산으로 달아나 행방이 묘연해졌다. 다음 날인 9일 새벽에는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다시 모습이 확인됐으나 드론 배터리 교체 과정에서 놓치며 추적이 끊겼다. 이후 이틀간 비까지 내리면서 드론 수색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상황이 다시 바뀐 것은 13일 밤이었다. 오월드 인근 무수동과 구완동 일대에서 “늑대를 봤다”는 제보가 잇따르며 늑구의 이동이 재차 확인됐다. 당시 마을 인근까지 내려왔다가 개에게 쫓겨 도로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찍히기도 했다. 이튿날인 14일 새벽에는 오월드에서 약 2㎞ 떨어진 지점에서 늑구가 발견됐고 당국은 트랩을 설치하고 경찰 기동대를 투입해 본격적인 포획 작전에 나섰다. 오전 5시 50분께에는 물가에서 늑구와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늑구는 포획망을 뚫고 다시 달아났다. 탈출 이후 기력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옹벽을 뛰어넘는 등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수색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했지만 16일 밤 늑구의 움직임이 다시 포착되며 상황은 급변했다. 제보를 토대로 일대를 수색하던 당국은 안영IC 인근에서 위치를 특정했고 자극을 최소화하며 접근한 끝에 17일 새벽 생포에 성공했다.
늑구가 열흘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데는 이동 방식과 주변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는 늑구가 넓게 이동하기보다 일정 구역에 숨어 지내며 짧은 거리만 오가는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탈출 이후 이어진 비도 생존에 도움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늑구는 숲 곳곳에 고인 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개구리나 소형 동물 사체 등을 먹으며 기력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포획 당시 체중은 다소 줄어 있었지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유지하고 있었다.
대전도시공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이날 오월드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늑대 탈출로 시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동물 탈출 사고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박찬민 변호사는 “1차적 책임은 동물원에 있지만 시설 설치와 운영을 감독하는 기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동물의 습성을 고려한 시설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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