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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대신 버스 멈춘 전장연…경찰, 교통방해 혐의 내사 착수

광화문 일대 평일 버스 출발 5분 저지

이동권 해법 없이 갈등 반복 우려

입력 2026-04-19 10:08

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버스 승강장 차로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버스 승강장 차로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광화문 일대에서 버스 출발을 막는 방식의 시위를 이어가자 경찰이 교통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내사에 착수했다. 지하철 시위를 중단한 뒤 투쟁 방식을 바꿨지만 출근길 교통 지연이 반복되면서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19일 전장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장연은 지난달 26일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 이후 약 3주간 평일마다 광화문 일대에서 저상버스 도입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계단버스가 도착하면 참가자들이 도로로 내려와 현수막을 들고 약 5분간 출발을 막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버스가 전용차로에 줄지어 대기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전장연은 올해 1월부터 6·3 지방선거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투쟁 수위를 낮췄다. 그러나 버스 시위가 이어지면서 시민 불만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위 생중계 영상 등에는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한 시위 방식은 과도하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 등 일부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 전 조사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초기 시위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순차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권리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 공동대표는 “장애인은 시혜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집회는 일정 수준의 불편을 수반할 수밖에 있는데 특정 방식만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위 배경에는 저상버스 도입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서울시는 2022년 ‘2025년까지 시내버스 저상버스 100% 도입’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올해 1월 기준 도입률은 76.7%에 머물러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부담과 도로 여건을 제약 요인으로 들고 있다. 버스 교체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쉽지 않고 폭이 좁거나 굴곡이 많은 노선에는 저상버스 운행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입장이다.

활동가에 대한 사법 처리만으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동권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책임 있는 시도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시민 피해와 사회적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과 지자체, 전장연 등 이해 당사자들이 타협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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