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1년 전엔 ‘꽈당’ 속출했는데…中 휴머노이드, 인간 기록 깼다
[베이징 로봇 하프마라톤]
경사로 등 코스 난도는 높였지만
휴대폰제조사 아너의 로봇 ‘샨덴’
작년보다 기록 3분의 1 수준 단축
세계신기록 보유자보다 7분 빨라
인간이 원격 조종하면 시간 페널티
수정 2026-04-19 23:36
입력 2026-04-19 17:30
“라이러, 라이러(來了·왔다)!”
19일(현지 시간) 오전 8시 10분께 중국 베이징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서 열린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 결승 지점. 대회 시작 후 불과 4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결승선 주변은 이미 1등 주자의 골인 장면을 포착하려는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바로 옆 대형 생중계 화면을 통해 로봇이 결승점까지 불과 2㎞가량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도착이 임박했음을 직감한 것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키 169㎝에 붉은 기체가 인상적인 로봇이 환호성 속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선 위 대형 전광판 시계에는 48분 19초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참가 번호 5번 ‘포펑샨덴(바람을 뚫은 번개)’ 팀이 휴대폰 제조 업체 아너의 휴머노이드 로봇 ‘샨덴’ 모델을 활용해 출전시킨 선수였다. 아너는 화웨이에서 분사해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6’에서 처음 샨덴을 공개했다. 다만 이 팀의 로봇은 자율주행이 아닌 원격조종 방식으로 달렸기 때문에 대회 규정상 1.2배의 시간 페널티를 받았고 결국 최종 우승은 하지 못했다.
19일 베이징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서 열린 로봇 하프마라톤에서 1등을 차지한 아너의 ‘샨덴’ 로봇이 인간 마라토너들의 옆에서 주로를 달리고 있다. 웨이보 캡처
최종 1등은 그다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9번 ‘치톈다셩(제천대성)’ 팀의 선수에게 돌아갔다. 역시 아너의 샨덴 모델을 활용했으나 로봇이 직접 코스를 달리는 자율주행 방식으로 50분 26초를 기록했다. 이어 수 분 간격으로 다른 로봇들도 하나둘씩 결승선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반면 함께 참가한 인간 선수들의 기록은 남녀 1등이 각각 1시간 7분 47초, 1시간 18분 6초로 크게 뒤처졌다.
이날 1위는 지난해 우승컵을 차지한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 ‘톈궁’의 기록(2시간 40분)을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을 뿐 아니라 하프마라톤 세계신기록도 갈아치웠다. 현재 공인 세계신기록은 지난달 7일 우간다 육상 영웅 제이컵 키플리모가 세운 57분 30초다.
올해가 두 번째인 이번 대회는 참여 로봇이 내비게이터나 별도 외부 유도 신호 없이 오로지 로봇 스스로 시스템에 의지해 달리는 기술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시각 카메라, 라이다, 관성 측정 장치 등에 의지해 상황을 인지하고 움직임을 스스로 결정해 뛰었다는 점에서 중국 ‘로봇 굴기’의 새로운 한 장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최 측은 이날 코스에 평지, 가파른 오르막 경사로, 10여 곳의 좌회전과 우회전 도로는 물론 지난해에는 없던 생태공원까지 넣어 로봇의 안정성과 주행 능력을 한계치까지 시험했다. 또 자율주행 부문 그룹에서 인간이 세 번 이상 수동 개입할 경우 원격제어 그룹과 동일하게 1.2배 시간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규칙도 훨씬 엄격하게 적용했다.
그러나 이날 출전한 로봇 선수들은 지난해보다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지난해에는 출발하자마자 고꾸라져 안전요원 손에 이끌려 퇴출당하는 사례가 속출했지만 올해는 휘청이다가도 이내 균형을 되찾고 결승점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로봇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참가 팀 수도 21개에 그쳤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05개 팀(중국 100개, 해외 5개)으로 5배 늘었고 이 가운데 약 40%가 자율주행 방식으로 참가했다.
로봇들은 레게 머리, 야구 모자, 천사 날개 등 다채로운 패션 센스를 선보여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싱글렛에 쇼츠 차림 일색의 인간 선수들보다 훨씬 개성 있고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교통 통제와 선수 응원 등에 ‘로봇 자원봉사자’들이 다수 투입돼 실용적인 면모도 부각됐다.
이날 마라톤의 부대 행사 격으로 열린 ‘제1회 이좡 로봇 용사 챌린지’ 역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총 37대의 로봇이 참가해 지진·홍수·화재 현장을 본뜬 3500㎡ 규모의 코스에서 흔들리는 다리 건너기, 철문 밀고 통과하기 등 17개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좡 관계자는 “로봇의 가장 중요한 활용 분야는 위험하고 사람이 하기 어려운 구조·응급 대응 영역”이라며 “그래서 재난 구조와 긴급 대응 상황을 경기로 만들어 기술을 검증하고 이후 실제 현장에 다시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대회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은 마라톤 대회를 로봇 산업의 실용화 테스트베드이자 전 세계에 로봇 패권을 선전하는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슝유쥔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올해는 특히 해외 팀이 처음으로 참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로봇 하드웨어를 제공해 중국 로봇 기술 혁신의 성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올 2월 춘제 갈라쇼 때처럼 이번에도 로봇 쇼핑 붐이 일기도 했다. 징둥닷컴에 따르면 대회 기간 동안 1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로봇 마라톤’ 키워드를 검색했고 20여 개 로봇 브랜드의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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