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오락가락 전술로 되치기…트럼프 “협상 순조” 직후 긴급회의 소집
이란 개방 하루만에 호르무즈 재봉쇄
21일 휴전기한 앞두고 긴장 고조
이란, 해협 인근 유조선에 발포도
美 “국제 해역서 이란 선박 나포”
수정 2026-04-19 21:01
입력 2026-04-19 17:43
미국과 이란이 휴전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이란군이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한 지 하루 만에 폐쇄했다. 양측의 휴전은 21일(미 동부 시간 기준)까지로 아직 회담 일정을 잡지 못했다.
18일(현지 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자체 선전 매체에 올린 성명에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모든 접근 시도를 적에 대한 협력으로 간주하고 선박을 공격할 것”이라며 이날부터 해협을 다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전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X(옛 트위터)에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선언한 지 고작 하루 만이다. 실제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인도로 가려던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잇따라 공격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IRGC가 해협을 다시 폐쇄하면서 내건 명분은 미국의 이란 선박·항구 봉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에 핵 포기를 강제하기 위해 호르무즈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공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나포할 준비까지 하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란의 드론이 미국과 시온주의 범죄자(이스라엘)들을 향해 번개처럼 타격을 가하듯 용맹한 해군도 적들에게 새로운 쓰라린 패배를 안길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협상에서 진전은 있었다”며 미국과의 대화가 단절된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최근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다”며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좀 교묘하게 굴고 있다”면서 “실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란의 재봉쇄에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곧바로 소집했다.
20일 2차 협상 기대감 급속히 소멸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오락가락 발언으로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발표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미국의 계속된 봉쇄를 빌미 삼아 재봉쇄를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직후 이란 선박 나포 작전에 돌입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최악과 최선의 상황이 모두 가능하다고 압박함으로써 상대의 주장을 약화시키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1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측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그동안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차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메시지를 교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측이 직접 회담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한 직후 나왔던 20일 파키스탄에서의 2차 협상 개최 기대감은 쑥 들어갔다.
이란 외무 장관 “개방” 발언에...이란서 탄핵 거론
갈등의 불씨는 전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아라그치 장관은 “레바논 휴전 기조에 맞춰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업용 선박의 운항을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란의 항복’이자 농축우라늄의 반출 합의라고 해석하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자극했다. 관영 타스님통신은 아라그치 장관의 발언이 충분한 설명 없이 나와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고 강경파 매체 카이한은 아라그치 장관의 탄핵까지 거론했다.
이란 정부는 해당 발언이 IRGC가 승인한 선박에 한해 지정된 경로로 이동하며 ‘통행료’를 내는 조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해협 전면 봉쇄 재개를 선언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거짓이며 해협 개방 여부는 군사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봉쇄 직전까지도 이란과의 회담이 진전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날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국내 여론을 고려해 잠재적 합의에 대해 다른 말을 하는 것”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트루스소셜에 미국인과 이란인들이 자신의 대이란 조치에 감사와 지지를 표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재봉쇄를 시사하자마자 백악관에서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등 참모들과 긴급 상황실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이란의 압박은 허세에 불과하다”며 “이란은 이 문제로 결코 미국을 협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호르무즈뿐 아니라 전 세계 공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나포하는 작전에 본격 착수했다.
혁명 수비대 “3차 세계대전 번질것” 경고
양측의 줄다리기로 합의가 늦어지면서 레바논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미국의 압박으로 17일 0시(레바논 시각 기준)부터 열흘간 휴전에 들어가기 직전 24시간 동안 헤즈볼라 대원 150명을 사살하고 발사대와 무기 저장소, 지휘소 등 약 300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피해도 있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바논에서 폭발물 제거 작업을 하던 평화유지군 소속 프랑스군이 피격돼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모하마드 레자 나크디 IRGC 사령관의 고위 고문은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이 계속될 경우 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위해 합의한 ‘2주 휴전’은 미 동부 시간 기준 22일 종료된다. 익스프레스트리뷴과 돈(Dawn) 등 파키스탄 매체들에 따르면 아킬 말릭 파키스탄 법무장관은 정부가 보안 조치를 포함한 2차 회담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한편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간부 후세인 알에지는 이날 X에 “사나(예멘 반군이 자처하는 정부)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를 봉쇄하기로 결정한다면 어느 세력도 다시는 그곳을 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재개한 데 이어 또 다른 길목인 홍해 봉쇄까지 거론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홍해마저 막히면 전 세계 물류에 ‘이중 초크포인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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