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서울 전세 매물 반토막…“집도 안 보고 계약” 노룩 계약 속출
서울 전세 매물, 25개 자치구 중 16곳 절반 이상 소진
인왕산힐스테이트 59㎡, 두 달 만에 전셋값 40% 폭등
“월세화·입주 가뭄 겹쳐 전세난 단기 해소 어렵다”
수정 2026-04-20 07:41
입력 2026-04-20 07:28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비싼 매물에도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하는 이른바 ‘노룩(No-look) 계약’이 등장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세가 워낙 없다 보니 매물이 나오면 바로 소진된다”며 “시세 대비 1억이나 비싼 매물인데 집도 안 보고 계약하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산힐스테이트 전용 59㎡는 지난 3월 말 6억 3000만 원짜리 전세 매물이 나오자마자 노룩 계약 의사를 밝힌 수요자가 줄을 섰지만, 더 빠른 계약자에게 선점당해 거래 기회를 놓쳤다. 이 평형은 올해 1월 4억 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두 달여 만에 약 40% 급등한 셈이다. 당시 시장에 나온 매물은 단 1건뿐으로, 가격이 높아도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매물 실종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19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5388건으로 1년 전보다 45.05% 줄었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87.65%), 중랑구(-87.18%), 노원구(-84.29%), 관악구(-82.35%), 금천구(-81.25%) 등 5곳에서 80% 이상 급감했다. 전체 25개 자치구 중 16곳에서 매물이 절반 이상 사라졌다.
현장의 매물 공백은 더 심각하다. 같은 날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인왕산힐스테이트(700가구), 홍제원힐스테이트(939가구), 홍제센트럴아이파크(906가구) 등 서대문구 일대 주요 6개 단지 총 4362가구에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가격 상승폭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62주 연속 오름세다. 주간 증감률은 3월 첫째 주 0.08%에서 4월 둘째 주 0.17%로 두 달 새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정주여건이 양호한 지역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돼 상승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임대인들의 월세 전환이 진행되는 동시에 서울은 입주 물량 가뭄을 맞이하고 있다”며 “전세 갭투자를 통해 공급되는 임대차 물량도 줄고 있어 전세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전세의 월세화가 맞물리며 전세 시장의 공급 기반은 구조적으로 약해지는 추세다.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책적 공급 확대 없이는 전세난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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