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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날, 수목원서 미래 과학의 ‘푸른 싹’ 틔우자

이석우(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사업이사)

입력 2026-04-20 09:20

이석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사업이사
이석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사업이사

매년 4월 21일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과학의 날’이다.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차가운 실험실이나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을 떠올리곤 하지만, 과학사의 위대한 발견들은 대개 자연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런 맥락에서 수목원은 단순한 식물 전시 공간을 넘어 생명의 근원인 유전과 진화의 역사를 증명하고 기후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 거대한 ‘야외 연구실’이자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의 보고(寶庫)다.

수목원은 생태, 유전, 진화를 아우르는 생물학 교육의 최전선이다. 식물과 곤충, 동물이 맺는 정교한 공생 관계는 생태계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수목원에 보존된 다양한 종(種)은 장구한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하며 축적해 온 ‘진화’의 결과물이며, 그 속에 담긴 ‘유전’ 정보는 미래 바이오산업과 식량안보를 책임질 핵심 자산이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 활자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식물의 변이와 적응과정을 목격하며 생명과학의 본질을 체득할 수 있다.

또한 수목원은 전 지구적 과제인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 적응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연기반교육(Nature-based Education)의 현장이다. 식물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메커니즘을 배우고, 기후 위기에 맞서 어떻게 형질을 변화시키며 적응해 나가는지를 관찰하는 과정은 그 어떤 교재나 시뮬레이션보다 강력한 교육적 효과를 갖는다. 이론으로만 접하던 과학이 우리 삶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특히 국립세종수목원에 뿌리내린 ‘뉴턴의 사과나무’는 이러한 과학교육의 상징성을 더한다. 근대 과학의 시초인 아이작 뉴턴에게 영감을 주었던 사과나무의 후손을 보며, 학생들은 물리적 법칙과 생물학적 생장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중력과 빛이라는 물리적 환경이 식물의 광합성과 생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가는 교육은,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제 수목원은 ‘보는 정원’에서 ‘탐구하는 실험실’로 진화해야 한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과학적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미래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밑거름이다. 정부와 교육계는 수목원이 제공하는 생태적·과학적 자산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과학의 날에는 자녀와 함께 가까운 수목원을 찾아보자. 숲의 고요함 속에 나뭇잎 하나에 담긴 정교한 설계도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미래의 뉴턴과 다윈을 꿈꾸는 과학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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