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생산적 금융 ‘갑질’…시중은행에 “역마진 감수하라”
삼성 P5 대출금리 3%대로 제한
조달금리 감안하면 손실 불가피
업계는 “안따르면 실적 못 채워”
수정 2026-04-20 18:29
입력 2026-04-20 16:21
한국산업은행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P5)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를 연 3%대 중반으로 정하면서 사실상 손실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은 역마진이 발생하더라도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시중은행의 경우 주주와 고객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올해 2월 삼성전자에 2조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각 1000억 원씩 참여한 대출액 5000억 원에 대한 대출금리를 3%대 중반 이하로 제한했다. 산은이 부담하기로 한 2조 원 대출은 당시 국고채 금리 수준인 2%대 후반에서 3% 초반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이 삼성전자에 제공한 대출금리는 당시 시장금리보다 0.5~0.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2월 대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4.13%를 기록했다. 산은은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을 발행해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조달 비용을 감수하기 때문에 역마진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정책금융기관인 산은과 영리기업인 시중은행의 성격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대출금리를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건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산은이 금리를 직접 제시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손해를 보며 대출이 나가고 있다”며 “초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에 역마진으로 돈을 빌려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들이 산은의 역마진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생산적 금융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 실적이 필요한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산은이 주도하는 주요 프로젝트를 우선순위에 놓고 참여할 수밖에 없다. 개별 금융사마다 생산적 금융 취급 기준과 업종, 실적 인정 기준이 다른 만큼 확실한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산은은 삼성전자 대출 외에도 신안우이 해상풍력,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등에 투자하고 있다.
향후 산은이 모험자본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금리 통제가 지속될 경우 역마진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주주 비중이 높고 주주 환원 압박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이 역마진이 발생하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도 생산적 금융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산은이 끼워줘야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며 “산은에 조금이라도 밉보이면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에서 퇴출될 수 있는 만큼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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