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물 패권 위협적…‘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사활 걸어야”
■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美·EU·日, 정부와 기업 협업 시스템 통해 공급선 다변화 집중
韓 광물·에너지 안정적 조달 없인 반도체·AI·첨단산업도 흔들
핵심 광물이 첨단 산업 패권 결정…범부처 컨트롤타워 가동을
광물공급망 확대하는 기업엔 파격적 세제·금융혜택 지원해야
수정 2026-04-20 23:39
입력 2026-04-20 17:34
서정명
논설위원
핵심 광물을 둘러싼 공급망 전쟁이 치열하다.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 없이는 미래 에너지 패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기술 경쟁을 넘어 광물 확보 경쟁으로 치닫는 이유다. 부존자원이 절대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주요 광물 확보 여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다. 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광물과 자원 확보 없는 경제 전쟁은 필패”라며 “특정 나라와 지역에 편중된 광물과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광물 공급망 구축을 개별 기업에 맡기는 단편적 대응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정부는 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하루빨리 구축해 개별 부처에 분산된 광물 정책을 일관되게 수립·실행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광물 전쟁이 벌어지는 배경은.
△첨단산업 육성과 에너지 전환, 국방 주도권 경쟁 등이 맞물린 결과다. 2020년 이후 탈탄소 정책과 전동화 확산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인공지능(AI)과 전기차·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희토류와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특정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질학적 한계와 투자 지연 탓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는 자원 확보 경쟁을 촉발했다. 여기에 미중 통상 갈등과 공급망 블록화가 겹치면서 광물은 단순 원자재가 아닌 ‘전략 자산’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시장에서 구매하면 됐지만 지금은 동맹과 진영 내에서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됐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방산 등 첨단 미래 산업과 직결되면서 광물자원은 기술 패권 전쟁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광물이 왜 중요한가.
△광물 없는 첨단산업은 상상할 수 없다. 반도체는 실리콘뿐 아니라 불화수소·텅스텐 등 수십 종의 광물 없이는 제조 자체가 불가능하다. 배터리가 핵심인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광물 사용량이 5배 이상 많다. 특히 희토류는 모터와 센서·라이다 등 핵심 부품에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런 광물들이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고 대체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기술 혁신으로 일부 대체가 가능하더라도 단기간 내 완전한 대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광물이 단순 투입재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초크포인트(병목) 자원’인 이유다. AI와 디지털 전환 시대에 광물은 석유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지니며 확보 여부가 산업의 존폐까지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의 광물자원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동은 석유·가스 중심의 에너지 허브였지만 최근에는 광물 공급망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과 황은 중동의 저렴한 에너지 기반 위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대표적 자원이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알루미늄 생산을 위해서는 값싼 전력이 필수인데 중동은 낮은 생산 비용을 무기로 세계 제련 능력의 8%, 중국을 제외한 알루미늄 수출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알루미늄 합금괴의 33%를 카타르 등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황 역시 니켈·구리 생산에 필수인 황산의 원료로 사용된다. 중동은 세계 황 공급의 24%를 차지한다. 중동 사태의 장기화는 유가 상승을 넘어 금속 생산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의 광물 패권 전략이 예사롭지 않은데.
△중국의 강점은 광물 매장 규모뿐 아니라 탁월한 가공과 정제 능력에 있다. 광물 공급망은 채굴보다 가공·정제가 더 중요한데 중국은 이 단계에서 압도적인 경쟁력과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희토류의 경우 채굴보다 정제 비중이 훨씬 높고 특히 디스프로슘·터븀 등 중희토류는 사실상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수십 년간의 투자와 인력 양성, 환경 규제 완화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서방국가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관련 산업이 무너졌고 지금은 중국을 거치지 않으면 공급망이 작동하지 않는 처지로 전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단기간에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술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대규모 설비와 경험 축적이 필요해 광물 후발국이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에 광물 공급망의 ‘목줄’을 내어준 국가들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의 광물 무기화가 왜 무서운가.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때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광물자원이 강력한 외교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전면 금지보다 허가제를 활용한 정교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대해 수출 허가를 지연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통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수요 국가나 기업의 정보를 축적해 공급망 취약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향후 미중 갈등과 공급망 분절화 현상이 심화할 경우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선별적 통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 중국의 광물 무기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리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에 맞선 다른 국가들의 대응 전략은 뭔가.
△주요국의 전략은 ‘탈중국 공급망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은 동맹 중심의 다자 협력을 통해 광물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으며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 보조금과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4년 발효된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2030년까지 역내 채굴은 10%, 가공은 40%, 재자원화는 25%까지 높이고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는 65% 아래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은 과거 중국과의 희토류 갈등 사태 이후 정부와 종합상사가 협력해 해외 자산 확보와 장기 구매 계약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물 확보는 민간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주요국이 광물을 단순 시장재가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럼 광물 빈곤국인 한국이 취할 전략은 뭔가.
△광물자원이 부족한 만큼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보다 정교한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수요 기업 중심의 해외 자원 정책을 마련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 기업이 직접 광산이나 정제 시설에 투자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전략 비축을 확대해 단기 공급 충격에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단순히 자원을 사오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공급망 일부를 내재화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가 적폐로 몰리기도 했는데.
△과거 자원 외교가 광물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면 앞으로는 공급망 확대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광산 지분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과 연결되는 전략적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수요 기업이 참여하는 형태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직접 투자보다 금융·세제 지원과 리스크 분담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공적개발원조(ODA)와 개발금융을 활용해 자원 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국회의 인식 전환도 중요한데.
△글로벌 광물 공급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이 요구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컨트롤타워 구축이다. 현재는 부처별로 정책이 분산돼 있어 일관된 전략 수립과 실행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산업과 외교·안보·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조정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광물 개발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어 민간 기업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수출입은행·산업은행·공급망안정화기금 등을 활용한 장기 저리의 금융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광물 분야의 전문 인력 부족도 심각한데.
△국내 광물 산업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전문 인력 부족이다. 역대 정권에 따라 광물과 자원 산업의 부침이 반복되면서 관련 학과와 연구 기반이 약화됐고 산업 수요도 감소한 측면이 있다. 특히 광물 탐사와 채굴·정제·소재화로 이어지는 전 주기에 대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 분야는 단순한 이론 지식뿐 아니라 현장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인력 공백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 최근에는 광물과 화학·재료공학·환경 기술 등이 융합되는 방향으로 산업이 발전하고 있어 고급 융합 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학 교육과 연구기관, 산업 현장을 연계한 인력 양성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He is···
1989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라벌고와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광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적 광산 기업인 프리포트맥모란의 모렌시·새포드 구리 광산과 클라이맥스 몰리브덴 광산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21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합류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 핵심 광물 다자협의체(CMWP)의 한국 대표단으로 참여해 공급망 프로그램 구축에 기여했다. 광물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통상자원부 광업진흥 유공 표창을 수상했고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자원공학 분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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