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잡는 ‘채권 자경단’…그마저 비웃는 이란 갈리바프 “석유가 진짜”
전쟁 불안→국채 매도→금리 상승
미국 유권자 주택 대출이자 올라 불만
갈리바프 “감에 의존하는 채권, 사상누각”
수정 2026-04-21 06:34
입력 2026-04-21 06: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멈춰 세운 건 의회도, 동맹도 아닌 채권 시장이었다. 정부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때마다 채권을 투매하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눈밖에 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 민심이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란은 미국의 채권시장마저 비웃으며 진정한 힘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왜일까.
日 닛케이 “트럼프 대통령, 채권금리 오르자 전쟁 종료 시도”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2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조기 종결하려는 배경에는 채권 자경단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채권 금리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위험에 민감한 채권 투자자는 전쟁으로 불안을 크게 느끼면 미국 국채마저 팔아치운다. 채권 매도자가 늘어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가격과 반대인 수익률(채권 매도 차익+고정 이자)은 상승한다. 수익률이 오르면 시장금리도 함께 오르기 마련이어서 중산층의 생활과 직결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닛케이가 보도한 미국 미주리주 니콜 위트록씨는 “25만달러가 남은 30년 만기 대출의 금리가 6.8%”라면서 “주위를 둘러봐도 집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선 것은 이란 전쟁 전에도 있었다. 상호관세 일부 중단, 대(對)중국 추가관세 인하 합의, 그린란드 무력행사 부정 등 모두 금리가 급등한 시점에 이뤄졌다. 심지어 전쟁의 전략 전술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23일 장중 4.44%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국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인프라 공격을 연기하도록 지시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히자 4.30%까지 떨어졌다.
1983년 ‘채권 자경단’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의 전략가 에드워드 야데니는 “정책 당국자가 규율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시장이 규율화를 대행한다는 것이 ‘자경단’의 근간”이라면서 “월스트리트가 워싱턴의 정책 결정에 확실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국채 시장 움직임에 비웃음 날린 갈리바프 “중요한 것은 실체 있는 석유”
이와중에 이란 협상을 대표하는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의 국채 시장이 ‘사상누각(house of cards)’에 불과하다며 도발에 나섰다.
20일(현지 시간) 갈리바프 의장은 자신의 엑스(X)에 “디지털 석유를 ‘감(Vibe)’으로 거래하는 것은 호르무즈해협 위기가 만연할 때 ‘감’으로 국채를 헤징하는 것과 닮아 있다”면서 “기름값엔 적어도 ‘데이티드 브렌트(구체적인 인도일이 정해진 브렌트유 실물 화물)’가 있지만 국채는 오로지 ‘감’밖에 없다”고 올렸다.
그러면서 데이티드 브렌트의 실시간 가격을 보여줄 수 있는 명령어 ‘EUCRBRDT Index GP’를 공유했다. 이는 실시간 금융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블룸버그 단말기에서 쓰이는 명령어다. 월가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갈리바프 의장의 글은 두 금융 시장을 겨냥한 도발이다. 하나는 실제 원유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시간의 선물 및 파생 거래이고, 다른 하나는 지정학적 위기로 안전자산이 필요할 때 미국 국채를 매수하는 투자자의 심리다. 둘 다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물인 석유와 가장 가까운 현물 시장은 호르무즈해협 통제 여부에 따라 가격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전쟁 중인 지금은 현물 가격이 미래 위험을 반영한 선물 가격보다 훨씬 비싼 이례적인 상황이다. 갈리바프는 막연한 심리로 움직이는 원유 선물이나 국채보다 실물 자산을 실제로 봉쇄하고 있는 자신들이 시장의 권력을 쥐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실제 미 국채 시장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중국이 국채를 팔고 금으로 갈아타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수시로 트레이딩을 하는 헤지펀드 투자비중이 늘면서 미 국채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출렁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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