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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요환 “韓 경제에 중동 영향 큰데…정작 전문가는 태부족”

■원요환 에어 아라비아 부기장 인터뷰

문과 출신으로 기자 하다가 30대 중반 파일럿 도전

2017년 두바이 비행학교서 훈련 받은 뒤 현지 취업

이란서 많은 미사일·드론 공격에도 시민 일상 영위

韓 경제에 중동 영향 큰데…정작 전문가는 태부족

왕족과 ‘마즐리스(소통의 장)’ 중요한데 기업 서툴러

“한류를 비즈니스 자산 삼고 첨단기술 파트너 돼야”

“중동·아프리카 허브에서 현지 가교 역할 하고파”

수정 2026-04-22 10:59

입력 2026-04-22 07:30

지면 29면
원요환 에어 아라비아 부기장이 21일 서울의 한 북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동과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원요환 에어 아라비아 부기장이 21일 서울의 한 북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동과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한국에서 6~7년간 언론사 기자로 일하다가 2017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터를 잡은 원요환(41)씨. 그는 지금 에어 아라비아에서 탑승 정원 200여 명 규모의 ‘에어버스 320’ 비행기를 모는 부기장으로 영국 런던·케냐 나이로비·러시아 모스크바 등을 왕복한다. 두 살배기 쌍둥이 자녀와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두바이에서 7시간 내 노선을 운항한다. 한국에서 회계법인에 다녔던 그의 배우자 역시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살려 현지에서 플랜트 등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부부가 ‘중동의 허브’에서 인생 2막을 잘 일구고 있는 셈이다.

중동전쟁의 와중에도 두바이를 지키다가 일주일가량 서울을 찾은 원 부기장을 21일 광화문의 한 북카페에서 만났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3000회 가까이 받은 UAE에 머무는 그에게서 중동전쟁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 그는 우선 “대사관의 3단계 철수 권고(우크라이나는 4단계로 무조건 떠나야 함)에도 가족과 함께 내내 머무르다가 잠시 서울을 찾았다”며 “두바이를 안 떠나고 일상을 같이 보내니 현지인들의 신뢰가 높아졌는데 앞으로 한·중동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이 시작된 2월 28일 그의 조종사 단톡방에는 ‘이란 비행정보구역(FIR) 완전히 닫혔다’, ‘바레인 회피 루트 받았다’, ‘이집트 카이로로 회항했다’ 등의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그때만 해도 두바이에 미사일·드론이 쏟아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인구의 90%가 외국인인 이 나라가 유지되는 것은 ‘치안이 완벽하다’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가 ‘30대에 뭔가 더 해보자’고 결심한 뒤 문과 출신(연세대 경제학과·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 석사)이지만 두바이의 비행학교에서 3년여 교육을 받고 2020년 정식으로 파일럿이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원요환 에어 아라비아 부기장.
원요환 에어 아라비아 부기장.

그러나 UAE는 이스라엘보다 더 많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다. 그는 “‘사막 위에 세운 나라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두바이의 건국 철학 아래 체계적 위기 대응 시스템이 가동되며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미사일·드론 요격 성공률도 96% 안팎에 달했다. 석유 저장시설과 산업·물류 현장에서 피해를 봤고 파편에 맞아 숨진 인도·파키스탄 등의 노동자가 십 수 명에 달했지만 엄청난 공격에 비해 피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스라엘의 방공망 시스템 못지 않게 우리 천궁-II의 우수성이 알려지며 한국 방산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드론 발사 능력이 상당 부분 파괴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걸프 국가 전체를 인질로 잡을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나프타 카드’도 쥐고 있는데 조기 종전보다 ‘불완전한 휴전의 반복’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지인들도 어느 정도 체념하면서 전쟁 장기화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항공업계에서도 고유가에다가 이란 상공마저 막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감편(에미레이트항공)에 들어가거나 운항을 중단(대한항공)했다.

원요환 에어 아라비아 부기장이 비행기 조종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요환
원요환 에어 아라비아 부기장이 비행기 조종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요환

그는 두바이가 중동·아프리카를 잇는 허브로 ‘기회의 땅’인데 한국에서 다소 피상적으로 접근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UAE 대사와 두바이 총영사가 공석으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직원이나 기업 주재원도 3년 주기로 교체되면서 중동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동은 왕족·리더들과 신뢰를 쌓는 마즐리스(Majlis·소통의 장) 문화가 중요한데 우리 기업들은 단기 성과에 급급해 중장기적인 관계 맺기에 서투른 경향이 있다”며 “이 지역 지도자들은 평생 자리를 지키는데 우리 쪽 사람들은 너무 자주 바뀐다”고 꼬집었다.

현지에서 확산하는 한류를 비즈니스 자산으로 전환해 현지와 윈윈할 수 있는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넷플릭스 톱10에서 한국 드라마가 항상 2~3편씩 포함되고 많은 현지 여성들이 K팝을 즐기는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플랜트와 원전 기업은 물론 인공지능(AI)·바이오·방산 등 첨단산업과 K-엔터·뷰티·푸드 등의 분야에서 입체적으로 현지 시장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아랍에미리트’, ‘생각보다 가까운 중동’이라는 책을 쓴 그는 “‘UAE 원전 추가 발주 입찰에서 한국이 탈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현지에 나돈다”며 “문제는 민간은 물론 한국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중동 왕족을 뚫어 신뢰 관계를 구축할 만한 인재 풀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우리 상선 26척의 안전 확보, 안정적인 에너지·나프타 수급, 이란 전후 재건사업 대응 못지않게 걸프 왕정 국가들과의 관계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첨단기술 파트너’로 확고히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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