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V 시장서 中 점유율 7배 급증…국내생산촉진세제로 생산기반 확충해야”
■정대진 KAMA 회장 취임 첫 인터뷰
中, 15년간 340조 보조금 지급
“車 산업 지키려면 인센티브 절실”
“韓 자동차 150만 종사자 지원책”
“해외차 구매보조금 지급 신중해야”
노봉법은 형사처벌 삭제 등 보완要
수정 2026-04-22 15:23
입력 2026-04-22 11:33
“자동차 산업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입니다. 중국·인도·미국 등 주요 국가가 주는 생산 인센티브를 한국만 지급하지 않는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은 중국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은 20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수시장을 중국차에 점유 당하기 시작하면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이 지난달 취임 후 언론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행정고시 37회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등 산업 정책과 투자 유치 분야 공직을 두루 거쳤다.
정 회장은 자동차 내수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제품 물량에 비례해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생산 거점을 국내에 유지하고 확대하도록 유도해 산업 생태계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 회장이 세제 지원을 강조한 것은 수백 조원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을 받은 중국 전기차가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중국은 전기차 업체에게 15년간 340조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고 유럽연합(EU) 역시 상계관세 부과 근거로 중국 전기차 가격의 최대 35%가 보조금이라고 언급했다”며 “중국은 보조금 정책으로 이미 충분한 내수 시장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이뤘고 이제는 남은 물량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7%에서 지난해 33.9%로 3년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산 전기차 비중이 75%에서 57.2%로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정 회장은 “이대로 놔두면 언제 점유율이 역전될지 모른다”며 “위기가 현실화됐을 때 지원책을 내놓는 것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산업적 피해가 닥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국내생산촉진세제를 통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내생산촉진세제가 완성차업체 등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축소판”이라며 “완성차 업체 뒤로는 3만 개의 부품 업체가 있고 전체 종사자는 150만 명이 넘는 만큼 자동차 생산 인센티브는 이 생태계를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정부의 전기차 보급 로드맵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정책 실현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 대 보급을 목표로 국고보조금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별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는 “전기차 보급 확산이라는 정책 목표와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 강화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자칫 국내 수입차 범람이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전기차 생산 국가에 관계없이 지급되고 있는데, 중국 등 해외 전기차에 대한 지원은 보다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와 배터리 소유·분리 시스템과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배터리 소유권 문제와 관련,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라 자동차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하면 전기차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다”며 “배터리 리스라는 새로운 시장도 창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 회장은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가는 점을 언급하며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회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로운 시대에 자유롭게 수출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어느 나라, 어느 기업에서 상호 의존성을 무기로 협박을 해 올 수 있어 한국도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만큼만 제때 들여오는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에서 벗어나 비용이 늘더라도 복수의 공급처를 확보하는 ‘저스트 인 케이스(Just-in-Case)’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 회장은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와 직접 교섭할 수 있게 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고 봤다. 정 회장은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해석지침, 교섭매뉴얼이 추상적이라 사용자 범위와 교섭의제 확대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특히 부당노동행위 중 교섭거부 등에 대한 형사처벌조항 삭제 등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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