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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하듯 6분 완충…CATL 배터리 공습

BYD 9분 기록 한달만에 제쳐

차세대 배터리 나트륨이온도 연내 양산 포부

수정 2026-04-22 18:58

입력 2026-04-22 17:42

지면 1면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국제회의센터에서 21일 열린 CATL 슈퍼 테크 데이에서 가오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션싱 3세대’의 급속 충전 성능을 공개하고 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국제회의센터에서 21일 열린 CATL 슈퍼 테크 데이에서 가오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션싱 3세대’의 급속 충전 성능을 공개하고 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10%에서 98%까지 6분 27초, 영하 30도에서도 20%부터 98%까지 10분 미만! 이것이 바로 CATL의 ‘초급속 충전’입니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국제회의센터에서 21일 열린 ‘CATL 슈퍼 테크 데이’에서 가오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신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션싱(神行) 3세대’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성능은 업계 2위 비야디(BYD)가 지난달 발표한 블레이드 2세대 배터리(완충까지 9분)의 속도를 넘어선 것이다. 내연차를 주유하는 시간이면 전기차 충전이 완료되는 셈이다.

회사는 이번 행사를 ‘창사 이래 기술 밀도가 가장 높은 발표회’라고 소개하며 LFP, 삼원계(NCM), 반고체, 하이브리드, 나트륨이온 등 총 5가지의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했다. LFP는 초고속 충전, NCM과 반고체·하이브리드는 장시간 주행,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저온 환경에 각각 장점이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가격이 저렴하고 원재료가 풍부해 업계 경쟁이 치열한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연내 양산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가오 CTO는 “각 주행 환경마다 요구가 다르다”며 “CATL은 모든 수요에 맞는 해법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1000번 충전해도 성능 그대로…영하 30도에도 거뜬

CATL은 21일 차세대 제품 다섯 가지를 공개하며 핵심 난제였던 발열과 밀도를 기술로 돌파했다고 밝혔다. 최대 하이라이트였던 LFP(리튬·인산·철) 급속 충전 배터리의 경우 수명을 갉아먹는 최대 난제인 ‘발열’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발열 최소화를 위해 배터리 내부 저항을 업계 평균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정밀 냉각 신기술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냉각 효율은 20% 높아졌고 1000회 초고속 충전 이후에도 배터리 성능을 90%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게 CATL의 설명이다. CATL은 충전 성능을 LFP 외에 삼원계(NCM), 응축형 신제품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이날 양대 축 가운데 하나로 꼽힌 NCM 배터리 ‘치린(麒麟)’ 3세대 응축형 모델도 압도적인 주행거리로 주목받았다. 일반적인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400~600㎞ 수준인 데 비해 이 배터리를 탑재한 세단은 최대 1500㎞,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10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1500㎞는 서울과 부산을 두 차례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배터리팩 무게는 650㎏에 미치지 않아 현재 동급인 1000㎞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무려 255㎏ 가볍다. 에너지 밀도를 양산형 배터리 가운데 최고 수준인 350Wh/㎏까지 끌어올린 덕분이다. 높은 에너지 밀도에 따른 안전 우려에 대해서는 액체 전해질을 응고체 전해질로 바꿔 누액과 발화 위험을 크게 낮췄다. 업계에서는 이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직전 단계인 반고체 배터리로 평가한다.

쩡위췬 회장 “R&D 비용 아닌 투자”

CATL은 이날 가성비 끝판왕으로 불리는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연내 양산 계획도 내놓았다. 리튬 대신 나트륨을 쓰는 배터리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약 30% 낮지만 영하의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고 출력이 우수하다. 특히 값비싼 리튬 대신 흔하고 싼 나트륨을 원료로 쓰는 만큼 가격 경쟁력도 높다. CATL은 양산을 위한 수분 제어, 가스 발생 등 핵심 난제 네 가지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CATL의 기술 ‘초격차’ 배경은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다. CATL은 지난해에만 전체 매출의 약 5%인 221억 위안(약 4조 7857억 원)을 R&D에 투입했으며 지난 10년간 누적 투자액은 1000억 위안을 넘는다. 2010년대 후반부터 LFP 기술을 선점해 원가를 낮췄고 고가 차량에 필수적인 초고속 충전과 고전압 플랫폼에도 집중 투자했다. 행사 막바지에 깜짝 등장한 쩡위췬 CATL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CATL에 R&D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R&D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회사의 철학을 수차례 강조했다.

CATL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연 테크 데이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CATL 프리보이 슈퍼 하이브리드 배터리 II 설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CATL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연 테크 데이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CATL 프리보이 슈퍼 하이브리드 배터리 II 설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대중화 속도 기대감

일각선 “실험실 수치일뿐” 의구심

업계에서는 CATL의 이번 신기술이 전기차 대중화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표대로라면 고질적인 불편으로 꼽혔던 충전 대기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하 30도의 혹한기에도 98% 10분대 충전까지 더해지면 그동안 전기차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번스타인증권은 “내연기관 차량과 격차가 사실상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3위권인 한국 기업들과의 거리는 더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해 첫 두 달 동안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전년 동기 38.7%에서 42.1%로 늘렸다. 사실상 100%에 가까운 공장 가동률로 올해 1분기 순이익만 전년 대비 48.52% 증가한 207억 3800만 위안을 기록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영업손실 2078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삼성SDI와 SK온 역시 수천억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다만 회의론도 적지 않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2023년과 2025년에도 승용차용 제품을 연내 양산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컨설팅 업체 CRU그룹은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리튬배터리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최소 2030년은 돼야 한다고 내다본다.

급속 충전도 아직 실험실 밖 상용화가 되지 않아 의구심이 제기된다. 중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홈은 “CATL이 그간 내놓은 급속 충전 배터리는 단 한 번도 BYD(비야디)를 뛰어넘지 못했다”며 “발표된 수치 역시 실측이 아닌 실험실 테스트”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대외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행사 당일 미국 국방부는 CATL을 중국 군수업체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CATL은 6월 30일부터 연방 정부와 계약 체결이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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