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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영향력 키우는 중국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금·인프라 각국 제공 中 의존도 높여

위안화 기축통화화 야심까지 드러내

역학관계 中에 기울면 美 손쓸수 없어

수정 2026-04-24 05:00

입력 2026-04-24 05:00

지면 31면

세계 무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무모하고 변덕스러운 방식으로 국제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일방적 군사행동을 감행하고 세계경제를 뒤흔들며 동맹을 뒤집고 오랫동안 지켜진 규범을 성가신 장애물로 취급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향해 맹렬한 비난을 쏟아내지도, 미국을 대신할 ‘책임 있는 대안’을 자처하지도 않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동에는 숨은 의도가 담겼다.

필자는 최근 중국에서 머물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중국인이 미국이 중동에서 벌이는 전쟁을 과거의 주요 전쟁과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 전쟁 당시 중국의 전략가들은 미국이 ‘사막의 수렁’에 빠진 모습을 보며 통쾌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료, 싱크탱크 학자, 기업 지도자들 대부분이 미국의 혼란스러운 정책에 당혹스러워하며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겠다는 깊은 불확실성 속에 있었다.

이 같은 반응은 중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중국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운송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필요로 한다. 중국은 또 러시아와 같은 ‘불량 국가’가 아니다. 중국은 자국의 성장이 개방된 해상 항로,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 그리고 안정적인 ‘게임의 규칙’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인용하며 “미국이 세계를 정글과 같은 약육강식의 세상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는 도덕적 비판이라기보다 전략적 불안감에 가깝다. 세계화된 세상에서 지배적 패권국이 완전히 예측 불가능해지는 것은 모두에게 악재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자국이 미국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더 혁신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등을 돌렸지만 중국 지도층은 여전히 미국 실리콘밸리와 대학, 그리고 시장의 규모와 정교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이번 위기를 자국의 경제력과 세계적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중국은 다음 성장의 시대를 규정할 첨단기술에 더욱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그 분야는 친환경 에너지, 로봇 공학,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과 서비스업이다. 이 중 일부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이미 엄청난 수준이다.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풍력 터빈의 약 60%, 배터리의 75%를 생산하고, 전 세계 전기차의 70%를 공급한다.

중국은 과거 세 차례의 경제적 충격을 자국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중국 기업은 전 세계에 의료 장비를 대량으로 공급하며 구호 역량을 과시했다. AI 시대를 맞아 중국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금속, 전기 장비, 배터리, 냉각 시스템 및 산업용 부품 등 물리적 인프라 구축의 중심지가 됐다. 그리고 이제 이란 전쟁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도 중국은 ‘없어서는 안 될 강대국’이다. 세계 각국이 수입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필요한 태양광·풍력·배터리·전기차 등 친환경 기술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산업적 강점을 영향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금 조달, 인프라, 공급망 제공을 통해 다른 국가들이 중국산 시스템에 종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 정부에 미국이 변덕스러운 반면 중국은 장비와 신용, 연속성 측면에서 신뢰를 가져다준다는 점을 과시한다.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 정부는 전 세계 90개국의 항만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중국의 다음 행보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시 주석은 위안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뚜렷하게 나타냈다. 중국의 한 전직 관료는 투자자들이 미국을 위험하다고 여길 경우 대안을 가질 수 있도록 중국이 채권시장과 금융 인프라를 어떻게 꾸준히 확장해나갈 것인지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이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함으로써 누려온 ‘과도한 특권’이 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특권이 약화하면 미국 정부와 가계가 예전처럼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중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평판을 높이려고 한다. 힘의 역학 관계가 꾸준히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졌던 영향력을 계속 잃는다면 중국은 세계 1강의 국가 역할을 자처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미국도 더 이상 손쓸 방도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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