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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승복입은 러너’ 지찬스님 “걸음이 묵언, 호흡이 염불…마라톤은 수행과 닮아”

‘승복입은 러너’ 조계종 지찬스님 인터뷰

마음 수행도 육신이 건강해야 가능하단 생각에 뛰기 시작

좌선 수행에서 느껴본 ‘삼매(三昧)’ 상태 달리면서도 경험

마라톤 대회 출전, 4년 째 하루 10㎞씩 총 거리 1만2000㎞

러닝 매력은 직접 뛰어봐야 경험…모두 한 걸음 내딛어보길

수정 2026-04-25 08:16

입력 2026-04-25 07:30

지면 22면
지찬스님이 24일 경기도 양주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행과 마라톤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찬스님이 24일 경기도 양주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행과 마라톤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

“수행이라고 해서 꼭 앉아서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달리기 역시 수행자의 자세와 매우 닮아있지요.”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인 지찬스님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달리기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승복 입은 러너’로 더 잘 알려진 지찬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승려다.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성관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송광사에서 수계를 받았다. 봉암사, 동아사, 백담사 등 출가 이후 줄곧 선방에서 수행자의 길을 걸어오던 그가 달리기에 빠진 건 정신 수행을 위해선 체력 뒤따라야 한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는 “육교를 건너던 중 숨이 차는 경험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20년 넘게 수행자로 살았지만, 육신은 여전히 중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건강 없이는 수행을 이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시작한 달리기는 100m 전력질주부터 500m, 1㎞로 차츰 거리를 늘려가다 마라톤 대회 출전으로까지 이어졌다. 2023년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매년 하루도 빠짐없이 10㎞ 이상을 뛰었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대회에 출전했다. 지금까지 출전한 대회만 해도 어림잡아 30차례, 거리로는 총 1만 2000㎞에 달한다. 오래 뛸수록 수행의 정도도 깊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찬스님은 “마라톤을 하다 보면 온갖 잡념이 들기 시작하다가 일정 거리를 뛰고 나면 호흡만 남게 된다. 그 과정에서 흔히 독서삼매경이라고 하는 그 ‘삼매(三昧)’의 상태에 들어가는데, 이는 불교의 참선 수행의 과정과 비슷하다”며 “수십 킬로미터를 뛰면서 이러한 상황들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연습이 바로 마라톤”이라고 설명했다.

단거리 달리기에서 시작된 그의 도전은 울트라 마라톤, 트레일러닝, 철인 3종 경기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스스로 ‘러닝 중독에 빠졌다’고 표현한 스님은 오는 6월 200㎞ 울트라마라톤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새로운 진리를 깨닫고 난 후 그 감동으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선 채로 일주일간 보리수를 바라봤다고 한다”며 “과연 극한의 상황이 수행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온몸으로 확인해보고 싶다. 만약 완주에 성공한다면 내년에는 300㎞, 내후년에는 630㎞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최근 지찬스님은 달리기를 시작한 뒤로 틈틈이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쓴 에세이 ‘스님의 달리기’를 펴냈다. 책에서 스님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달리기에 대한 집착,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같은 경험과 여러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그는 “잘 달리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기록을 단축하는 요령을 알려주지도, 운동하는 방법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며 “내 전공이 달리기가 아닌 것처럼 그저 수행자로서의 달리기를 통해 배운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좌선수행과 달리기의 차이점에 대해선 애쓰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지찬스님은 “수행의 깊이는 자꾸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달리기로 좌선수행을 했을 때와 같은 깊이의 수행 효과를 얻으려면 오랜 시간 나를 주시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발바닥 감각과 호흡에만 집중하면 신기하게도 고통이 작아지면서 그 시간은 작은 수행이 된다”며 “한 걸음 한 걸음이 묵언이 되고 호흡이 염불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찬스님은 올해부터 대회 출전을 최소화하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달리다 보면 더 빨리, 더 멀리 뛰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며 “기록에 집착하거나 남에게 보이기 위해 횟수를 채우고, 거리를 늘리는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뛰는 동안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수행적 달리기로 균형을 잡아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모두에게 발걸음을 옮겨보라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는 “지금 삶이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면 잠시 걸음을 옮겨 보라”며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작은 실천이 우리를 조금씩 단단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지찬스님이 한 마라톤 대회에서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찬스님
지찬스님이 한 마라톤 대회에서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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