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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핵잠은 산업생태계 한 단계 끌어올릴 촉매제”

잠수함 전문가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인터뷰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막대…IT·소재·철강 등 관련 산업만 100여개

기름없이 운항 가능한 소형 원자료 기술, LNG 운반선 등에도 적용

과거 실패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실 산하 사업단 구성해야

美 정권 바뀌면 불확실성 커져…현 정부에서 핵잠 건조 착수해야

핵잠 4척으론 역부족…주변국 위협 억제 위해 최소 6척 이상 필요

수정 2026-04-27 14:27

입력 2026-04-26 07:30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가 최근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핵잠이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가 최근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핵잠이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핵추진 잠수함(핵잠)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와 기술을 견인하는 국가 플랫폼입니다. 국가 안보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고난도 산업의 집합체로 대한민국 산업생태계 전반을 한 단계 끌어올릴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해군 출신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 정상의 합의로 추진 중인 핵잠 도입의 의미에 대해 “핵잠 사업은 단기적 군비 확장의 개념이 아니라 위협을 억제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국가적 선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핵잠 건조가 자주국방에 결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의미다. 그는 “정보기술(IT), 소재, AI, 조선, 철강 등 핵잠 기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 산업만 100여개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35기 출신 예비역 대령으로, 지난 2012년 전역하기 전까지 32년 군 생활 중 22년을 잠수함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국내 최고의 잠수함 전문가로 손꼽힌다. 미국 해군 대잠수함전 과정 이수를 시작으로 독일 해군잠수함 운영 및 전술훈련 과정, 네덜란드 해군 잠수함 함장 과정 등 잠수함 관련 전문 교육을 이수했으며, 1990년 독일에서 한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이후 나대용함 초대 함장, 해군본부 핵추진잠수함사업단(362사업) 단장, 제93잠수함전대장, 방위사업청 잠수함사업팀장 등을 역임했다. 국내 핵잠 도입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표현한 그는 “불가능해 보이던 길이 열렸다”며 “한국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제 규범과 기술 환경이 바뀌면서 다시 핵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최근 펴낸 책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를 통해 외교·법률·기술·규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핵연료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마지막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며 반세기 숙원인 핵잠 도입을 위해선 대통령 직속의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970년대 ‘Y-프로젝트’부터 2003년 ‘362사업’까지 국가 기밀사업으로 추진된 핵잠 사업의 실패 원인으로 외교적 제약과 전략적 준비 부족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핵연료 조달부터 가공, 수송, 보관, 원자로 장전, 운용, 회수에 이르는 전 주기를 하나의 체계로 일원화시키지 않으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통령실 산하 ‘핵추진 잠수함 사업단(가칭)’을 구성해 통합관리체계로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미국과의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정권이 바뀌면 미국의 입장이 다시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핵연료 공급에 대한 미국 의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을 받아야 이후에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외교적인 노력과 함께 핵잠 건조와 관련된 예산과 시설에 집중 투자해서 미국이 입장을 번벅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황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전체 사업의 60%, 즉 건조에 착수하는 단계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잠의 의미에 대해 자원 부족 국가인 한국 입장에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핵잠의 추진체인 소형 원자로를 활용할 경우 수출용 선박 등 에너지 수급 불안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핵잠의 추진체인 소형 원자로는 쇄빙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극지탐사선 등 선박 뿐만 아니라 도서지역이나 해양플랜트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기술”이라며 “군함 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업용 선박에 적용할 경우 산업 파급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전문가인 만큼 주변국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6000~7000톤급 중형 핵잠을 최소 6척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현재 핵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인도 6개국으로 이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가 6척의 핵잠을 보유하고 있다. 문 교수는 “핵잠을 몇 척이나 보유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나라의 경제력과 주변의 위협 수준, 자국 함정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할 사안”이라며 “현실적으로 작전·대기·정비 3교대로 순환 운용이 가능하려면 최소 6척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초 논의된 4척으로는 최소한의 억제력은 만들 수 있지만 상시 감시·추적 임무를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생산 공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6척 이상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일련의 사태를 언급하며 핵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1세기 세계 안보 질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 조용하지만 격렬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륙과 대륙을 잇는 해상교통로, 전 세계 에너지·물류 공급망의 95%가 지나는 바다, 그리고 누구도 감시할 수 없는 심해 공간을 장악하는 자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전략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쟁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핵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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