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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등 돌리는 美 동맹국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유럽 극우정당마저 트럼프와 거리 둬

韓·日 등 고유가에 美 비난까지 받아

믿음 깨지는데 ‘정책 전환’ 탓할수 없어

수정 2026-04-28 05:00

입력 2026-04-28 05:00

지면 31면

최근 중국 선전에서 만난 한 중국 기업가가 이란 전쟁에 대해 내놓은 대답은 놀라웠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은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국에 대해 이러한 행동을 취했을 때 유럽이 미국의 대(對)중국 노선을 따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유럽을 향해 퍼붓는 모욕을 일상적인 짜증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러한 모욕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의 대니얼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최근 보수 성향의 영국 잡지 ‘스펙테이터’에서 “이란 전쟁은 유럽이 줏대를 갖도록 강요했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더 이상 무릎을 꿇고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기 위해 굽실거리는 데 관심이 없다”고 언급했다.

유럽은 이제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Readiness 2030)’은 향후 수년간 국방에 약 8000억 유로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과거의 모델은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책임지고 유럽은 미국산 무기에 관대하게 돈을 쓰는 것이었다면 이제 유럽인들은 자국의 돈으로 유럽 기업과 공급망을 구축하고 결과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얻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국방 분야뿐만이 아니다. ‘유럽 결제 이니셔티브(EPI)’는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대체할 대륙 전역의 대안을 구축하고 있다. 유럽 기관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페이팔 및 기타 미국 주도 금융 플랫폼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다. 프랑스는 뉴욕에 있던 금괴를 파리로 옮겼으며 독일과 이탈리아의 정치인들도 자국이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할지 토론해 왔다. 유럽 정부들은 미국 기업들이 언젠가 중요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을 것을 우려하며 미국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일종의 시늉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유럽은 세계 2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널리 쓰이는 기축통화를 보유한 곳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들의 행보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유럽 우파에서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반미주의는 과거 파리의 지식인들, 학생 급진파, 반전 정당들이었다. 우파는 본능적으로 친미·친유럽 동맹 지지자였다. 한때 유럽의 포퓰리즘 우파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들의 수호성인처럼 여겼다. 그러나 그린란드 사태, 이란 문제, 그리고 트럼프의 유럽에 대한 전반적인 경멸은 유럽 정치권 전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피 대상으로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영국독립당(UKIP) 대표 나이절 패라지,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와 같은 포퓰리스트와 독일의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의 많은 이들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헝가리에서조차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오르반 빅토르 총리를 지지하며 한 연설이 오히려 오르반의 선거 패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동맹국이 큰 타격을 받았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와 가스의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했다. 이제 아시아 대륙의 많은 국가는 반세기, 어쩌면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일본 등 동맹국은 충분한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나 이란에 굽실거리며 협상을 벌여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이란 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폭언과 비난을 견뎌야 했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현재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기술에 관해 중국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반복해서 제기되는 질문 중 하나는 ‘그 영향이 얼마나 영구적일 것인가’이다. 과연 미국은 동맹국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각국은 이미 장기적인 정책 전환을 시작했으며 이것은 곧 독자적인 흐름을 타게 될 것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에 안보를 위탁했으나 미국이 이러한 의존성을 이용해 자신들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을 대신할 일종의 보험을 들기로 했다. 과연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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