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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준 “중동 전쟁 국제 질서 재편 트리거…韓, 리스크 장기화 대비해야”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 인터뷰

요르단 대학 나와 이집트·두바이 등 근무한 중동 전문가

美는 핵, 이란은 종전·봉쇄 해소 앞세워 단기 해결 난망

종전 훼방 이스라엘도 변수…에너지 등 충격 장기화 우려

韓, ‘오일쇼크’ 교훈 아랍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준비해야

수정 2026-05-01 18:55

입력 2026-05-01 07:30

지면 22면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가 30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동전쟁에 대한 대응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가 30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동전쟁에 대한 대응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지금 중동 전쟁은 쉽게 끝날 상황이 아닙니다. 이란 핵 문제로 시작됐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역내 주도권 다툼, 국제 질서 재편 움직임까지 얽히고 설킨 복합 위기로 번졌습니다.”

문병준 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대리는 30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이 국제 질서 재편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동 리스크의 장기화에 대비한 에너지·식량·산업·물류·안보 등 입체적인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르단 국립대에서 아랍어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에딘버러대에서 중동지역학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하던 중 1997년 국제관계 전문 외교관이 돼 이라크 1등서기관·리비아 참사관·외교부 중동2과장·이집트 공사·두바이 총영사를 거쳐 사우디 대사대리로 근무하다가 작년 말 정년퇴직 했다. 그는 두바이 총영사 시절 우리 기업이 현지 공공·민간 핵심 발주처와 협력 채널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줬고, 사우디 대리대사를 할 때는 현지 AI·스마트 솔루션 등 미래 산업 협력에 신경을 썼다는 평을 듣는다.

문병준 전 두바이 총영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아리프 아미리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사장과 한국 기업의 진입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본인 제공
문병준 전 두바이 총영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아리프 아미리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사장과 한국 기업의 진입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본인 제공

우선 그는 미-이란간 접촉과 대화가 이어지는 듯하지만 협상 의제와 우선순위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길어지며 조기 종전이나 단기 타결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핵 개발 동결 시점, 검증 방법 등을 놓고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란은 체제 안전, 미국은 전쟁의 명분과 성과가 달려있다. 여기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 이스라엘의 도발 지속, 이란 경제 제재 완화, 미국의 중간선거(11월), 중동을 비롯한 전후 국제 질서 재편 등이 맞물린 고차방정식이 됐다. 미국은 핵문제를 협상의 중심에 두고 있는 반면 이란은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먼저 풀라는 입장이다. 그는 “누가 더 오래 버티며 상대의 비용을 키우느냐를 겨루는 소모전에 가깝다”며 “양측 모두 먼저 양보할 이유가 없어 당분간 우회 접촉과 간접 조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종전을 바라지 않고 레바논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이어가는 이스라엘의 움직임도 변수다. 그는 “이스라엘의 외교 협상은 역내 안보 주도권 확보와 위협 요소 제거를 수단”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 오는 10월 총선에서 패할 경우 사법 리스크가 커지게 돼 결코 종전을 바라지 않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가 30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동전쟁에 대한 대응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가 30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동전쟁에 대한 대응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그는 중동전쟁의 와중에 러시아와 중국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으나 미국의 중동 내 패권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과의 균열을 심화시켜 각자도생식 실용주의 노선이 뚜렷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러시아는 유가가 오르고 서방의 시선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분산돼 숨 돌릴 여지가 커졌다. 중국도 미국의 전략 자산이 중동에 묶일수록 대만 문제 등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 평화 지향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걸프 국가 입장에서는 미국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문 전 대사대리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이 이번에 미국의 보호를 제대로 못 받아 대미 신뢰도가 줄어들 수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안보적 측면에서 중동에 직접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트럼프의 잘못된 전쟁 개시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위상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5월 1일부터 UAE가 국제석유기구(OPEC)에서 탈퇴하기로 한 것도 사우디 중심의 국제 유가 질서에 반하는 것이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지의 인도적 고통에 눈길을 돌리고 과거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교훈 삼아 에너지·물류·안보 등 총체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73년 1차 오일쇼크와 1979년 2차 오일쇼크 때 고강도 에너지 절약과 대아랍 실리외교와 현지 진출 강화, 에너지 비축 확대를 병행하며 버텼고 결국 경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앞으로 에너지·공급망에 미칠 충격이 상당기간 이어질텐데 경제와 안보를 묶어 민관이 복합적으로 총력전을 펴야 한다”며 “중동 현지의 방산·스마트 인프라·인공지능(AI) 수요에 맞춰 현지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가 최근 펴낸 ‘중동을 다시 읽다’라는 책을 설명한 뒤 서울 을지로의 한 빌딩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문병준 전 사우디 대사대리가 최근 펴낸 ‘중동을 다시 읽다’라는 책을 설명한 뒤 서울 을지로의 한 빌딩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최근 ‘중동을 다시 읽다’라는 책을 펴낸 그는 현지에서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읽고 그들의 국가 전환 전략에 맞춰 협력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추후 종전 국면으로 갈 경우 현지에서 에너지 시설 방호·저장 능력 확대, 물류 우회망 구축, 항만·공항 복원력, 대드론·미사일 체계, 디지털·AI·첨단바이오 같은 분야로 수요가 넓어질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설계·건설·운영·유지·인력 양성·기술 이전을 함께 묶어주는 장기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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