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LG사단’의 바이오 레거시

입력 2026-04-30 17:55

지면 23면
김정곤

김정곤

논설위원

-
-

1979년 LG그룹은 고(故) 구자경 2대 회장의 지원으로 럭키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럭키중앙연구소는 설립 당시만 해도 석유화학 분야를 주로 연구했다. 이후 198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신인 고 최남석 박사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하면서 국내 최초의 유전공학연구부를 설치했다. 당시는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으로 돈을 벌던 시기다. 신약 개발의 황무지였던 우리나라에 바이오산업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최 박사는 15년 동안 LG화학 연구개발(R&D) 부문을 이끌며 신약 개발 DNA를 심었다. 그는 매일 아침 연구소를 돌아다니며 “What’s new(새로운 것은 없나)”라고 인사를 건넸다. 연구원들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움을 추구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특히 후배들이 R&D 자금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산실인 ‘LG사단’의 영원한 보스로 불리는 이유다. 최 박사가 뿌린 씨는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펩트론·오름테라퓨틱·큐로셀 등 국내에서 주목받는 바이오벤처로 꽃을 피웠다.

최근 LG사단의 맏형 중 한 명인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가 후임을 역시 LG사단인 박세진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맡기고 사업자문 역할로 한발 물러났다. 김 전 대표 역시 최 박사처럼 평소 R&D와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대전 본사 1층 로비에 “오직 신약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세계지도 배경의 시계가 걸려 있을 정도다. 그는 R&D 자금 마련을 위해 오리온에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최근 일부 업체의 불성실 공시 논란으로 건실한 바이오벤처들까지 덩달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K바이오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바이오는 반도체에 이어 미래 먹거리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LG사단이 일군 레거시가 헛되지 않도록 R&D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광고삭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