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대상인데, 공무원 1600명 수사 선상…남용 우려 커진 법왜곡죄
피고발인 3272명…절반이 일반 공무원
법왜곡죄는 판·검사 등 겨냥한 ‘신분범’
공동정범·종범·교사범 등도 고발 대상
말 그대로 누구나 수사선상 오를 수있어
남용 때는 공권력 낭비 물론 혼란만 가중
무죄라도 수사 과정상 생업에 피해 불가피
입력 2026-05-03 08:00
법왜곡죄 고발 사건이 시행 한 달여 만에 230여건에 육박하면서 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재판·수사에 불만을 품고 이른바 ‘묻지마’식 고발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법왜곡죄 고발 사건이 크게 늘면서 일선 경찰서의 업무 부담은 물론 억울하게 수사 선상에 오르는 이들이 늘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접수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은 총 239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피고발인만 총 3272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직군별로는 법관이 193명, 검사가 269명, 경찰 1067명, 검찰 수사관 6명, 특별사법경찰 80명 등입니다. 특히 일반 공무원 1657명도 고발 대상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다만 경찰이 38건을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진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법왜곡죄는 직접 적용 대상은 판·검사, 경찰, 검찰 수사관, 특사경 등입니다. 형법 제123조의 2(법왜곡)에 따르면 판사와 검사 또는 수사 관련자가 재판과 공소 제기·유지, 수사 과정에서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의 행위를 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게 합니다.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고도 적용하거나, 반대로 적용치 않은 경우 △증거 인멸·은릭·위·변조하거나 이를 알고도 재판·수사에 사용할 때 △폭행·협박·위계로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치 아니함을 알고도 범죄 사실을 인정했을 시가 법왜곡죄 행위에 해당됩니다.
특히 판·검사, 경찰 등의 공동정범이가나 이들에게 범죄를 교사할 때 또는 방조한 경우에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3조에서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공동종범·교사범·종범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검사·판사 등이 법왜곡죄를 저지르는 데 동조하거나, 교사·방조한 이들도 신분에 상관 없이 누구나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학계 관계자는 “법왜곡죄는 전형적인 ‘신분범’으로 판사와 검사, 검찰 수사관, 경찰 등이 직접 수사 대상”이라면서 “형법 33조에 따라 같은 신분이 아닌 이들도 누구나 공동정범·교사범·종범으로 고발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분범이란 구성 요건이 행위의 주체에 일정한 신분을 요하는 범죄를 뜻합니다. 즉 판·검사나 경찰 등 신분이 아니더라도, 해당 범죄에 동조하거나 교사, 방조했다고 고발인들이 판단해 고발한 때에는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법왜곡죄 적용을 확대 해석한 고발 사건이 쏟아지는 등 남용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말 그대로 재판·수사에 불만이 있다거나, 정치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면서 법왜곡죄에 대한 고소 사건이 폭증할 경우 경찰 업무 급증 등 공권력 낭비는 물론 억울하게 수사 대상이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가장 위험한 건 법왜곡죄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이라며 “정적을 제거하거나, 그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해 고발이 남발될 때에는 국내 형사·사법 시스템에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재판·수사와 연관이 없는 사람도 누구나 수사 대상으로 오를 수 있다”며 “실제 수사 후 무혐의 처분을 내려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출석하거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당하는 처지에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가장 크게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은 누구나 법왜곡죄의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는 점”이라며 “검·경이 미제 사건 홍수에다가 인력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법왜곡죄 고발 사건에 대해 자칫 잘못된 판단을 할 때에는 불필요한 수사만 급증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찰이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피고발인들은 소환 조사 등을 피할 수 없다”며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거나, 본인의 직장 생활 등 생업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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