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벌타에 뒷북 사과…오점만 남긴 KGA
■ GS칼텍스 매경오픈 멀리건 논란
허인회, 3라운드 OB 판정 번복에
공동선두로 끝마쳤지만 연장불발
KGA, 하루 지나 “혼선 드려 죄송
재발 방지위해 매뉴얼 보완할 것”
수정 2026-05-04 23:45
입력 2026-05-04 12:53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45회 GS칼텍스 매경 오픈이 사상 초유의 ‘멀리건 논란’으로 오점을 남겼다. 대회를 주관한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회의 명백한 오심 탓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KGA는 대회가 끝나고 하루가 지나서야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해 ‘뒷북 사과’ 논란을 일으켰다.
4일 골프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 오픈에서 우승자 송민혁은 3억 원, 2위 조민규는 1억 2000만 원, 공동 3위 허인회는 5633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허인회는 3일 최종 4라운드 결과 합계 11언더파로 송민혁·조민규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쳐 연장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경기위원회가 4라운드가 끝난 후 3라운드 7번 홀 스코어에 2타를 더해 수정하면서 연장전에 나서지 못했다. 4라운드에서 절정의 샷감을 뽐냈던 허인회가 연장전에 올라 만약 우승했다면 상금 규모는 약 6배 가량 컸을 것이다.
스코어 정정을 부른 사건은 3라운드 7번 홀에서 발생했다. 허인회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숲에 떨어졌다. 허인회는 프로비저널볼을 쳤다. 그런데 포어 캐디는 허인회가 OB(아웃오브바운즈)를 확인하기 전에 볼을 집어 올렸다. 허인회는 “볼이 움직였기 때문에 OB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논쟁 끝에 경기위원회는 허인회에게 원래의 티샷을 취소하고 페어웨이에 있던 프로비저널볼로 무벌타 플레이를 하라는 ‘이상한’ 판정을 내렸다. 골프규칙에 없는 결정으로 명백한 오심이었다. 허인회는 이 홀에서 파를 기록했다.
선수들과 골프계에서는 경기위원회가 원래의 티샷을 취소하자 ‘멀리건 논란’이 일었다. 프로 골프대회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홍두표 경기위원장은 뒤늦은 벌타 확정에 대해 “3라운드 상황에서는 OB인지 확인할 수 없어 판정을 미뤘던 것”이라며 “오늘(3일) 아침에 (OB라는) 새로운 제보가 들어와 뒤늦게 스코어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골프계에서는 “판정을 미뤘다”는 경기위원장의 발언부터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판정을 미룬 상태에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판정을 미룬다면 최소한 OB 여부에 따른 상황을 가정하고, 허인회에게는 2개의 볼로 플레이를 하게 했어야 했다는 게 중론이다.
판정 번복을 통보한 시점도 문제다. 선수들은 스코어에 따라 플레이 전략을 다르게 짜기 때문에 벌타 등과 관련한 내용은 최대한 신속히 알려야 한다. 4라운드 후 결과를 들은 허인회 본인은 물론 팬들도 강하게 항의했고, 동반 라운드했던 선수들도 혼란스러워 했지만 이미 경기는 끝나 버렸다.
KGA는 4일 뒤늦게나마 판정 번복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KGA는 “허인회의 원구를 OB로 최종 판단한 근거로 포어 캐디, 동반자 캐디, 방송 관계자, 현장 레프리의 증언이 있었다”며 “이런 결정이 나오는 과정에 프로비저널볼로 인플레이를 시키고, 더블 보기가 아닌 파로 스코어를 기록한 점, 최종 4라운드 경기 중 선수에게 OB 결론을 알리지 않은 점, 공지 및 안내가 늦은 점의 실수가 있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어 “대회 관계자 및 선수, 선수 가족, 팬 등 모든 분께 혼선을 드린 점 죄송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기 운영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고 수습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골프에서도 다른 스포츠에서처럼 오심은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오심을 빠르게 인정해 경기 결과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공정’이라는 스포츠의 절대 규칙이 깨진다. 팬들은 그런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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