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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된 돈과 투자된 돈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연구원

입력 2026-05-05 17:31

지면 21면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연구원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연구원

시간을 낭비, 소비, 투자라는 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재테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영국인 투자 전문가 롭 무어가 저서 ‘레버리지’에서 내린 정의다.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낭비된 시간’, 일시적인 즐거움이나 단순 반복 업무에 쓰이는 ‘소비된 시간’, 그리고 미래에 지속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투자된 시간’의 속성을 돈의 흐름에 대입해 보는 것이다.

먼저 투자자에게 ‘낭비된 돈’은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돈을 의미한다.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30년 간의 장기불황 동안 일본 가계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인 약 2351조 엔(2025년말 기준)은 현금성 자산으로 묶여 있었다. 돈의 흐름이 막히자 경제의 활력은 사라졌고, 개인의 부는 정체됐다. 돈이 생산적인 곳에 투입되지 못하면 개인의 노후는 물론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마저 잃게 된다.

‘소비된 돈’은 당장의 필요나 만족을 위해 사라지는 지출이다. 필수적인 생활비는 어쩔 수 없지만, 구매 직후부터 가치가 하락하는 내구재나 과시성 과소비는 재산 형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재산 형성을 위해서는 ‘소비될 돈’을 최소화해 종잣돈을 모으고, 그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된 돈’은 당장의 보상은 작아 보일지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스스로 증식하며 가치를 불리는 자본이다. 롭 무어가 강조한 “내가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시스템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투자된 돈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자산에 올라타 재투자 효과가 작동할 때까지 인내하는 것이다.

실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간 매달 100만 원씩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원금 1억 2000만 원은 약 3억 원으로 불어난다. 흥미로운 점은 재산형성의 속도다. 1억 원을 모으는 데는 6년이 걸리지만, 2억 원과 3억 원에 도달하는 데는 각각 2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자산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투자된 돈’이 스스로 가속이 붙는다.

결국 부의 성패는 내가 번 돈 중 얼마만큼을 ‘투자된 돈’의 영역으로 이동시키고, 그 기조를 얼마나 끈기 있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국민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신생아에게 정부가 투자금 1000달러를 지원하는 수단을 마련했고, 일본은 미성년자 대상의 ‘주니어 NISA’ 제도 부활을 통해 부의 사다리를 다시 놓고 있다.

우리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세제 혜택이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연금계좌는 내 자본금을 낭비나 소비에서 투자의 영역으로 옮겨주는 수단이다. 시장의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세제 혜택이라는 든든한 방어막 안에서 내 돈이 스스로 일하게 해보자. 당신이 투자의 영역으로 옮겨 놓은 종잣돈은 훗날 당신에게 ‘평안한 노후’라는 가장 값진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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