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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채 발행 스톱…자본확충 비상 걸린 보험사

발행규모 작년 4조→올해 1000억

“자본 질 높여라” 당국 요구에 급감

제도개선 없이 기본자본 확충 난항

수정 2026-05-06 21:51

입력 2026-05-06 17:20

지면 20면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이 차질을 빚고 있다. 보험금 지급여력(K-ICS) 비율이 우량한 보험사도 후순위채 발행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보다 손실 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을 우선시하라는 것이 금융 당국의 기조지만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은 여건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공·사모 시장에서 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는 1000억 원에 그쳤다. 올해 3월 31일 공모 후순위채 납입을 마친 흥국화재가 유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곳의 보험사가 3조 925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후순위채 발행 물량이 급감한 것은 금융감독원의 정책 기조와 관련이 깊다. 후순위채 만기는 10년이지만 통상 3~5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는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후순위채 등 자본성 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조기 상환 후 K-ICS 비율이 현행 규제 문턱인 130%를 넘긴 상태에서 금감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금감원이 2024년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차환 발행을 막은 것도 조기 상환 후 규제 비율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K-ICS 비율이 우량한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발행까지 자취를 감췄다는 데 있다. 지난해까지는 향후 K-ICS 비율이 130%를 밑돌 수 있다는 가정하에 후순위채를 찍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 같은 전제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워졌다. 올해 4월 21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기한이 도래했던 메리츠화재는 앞서 차환 발행을 추진했지만 금감원의 승인을 얻지 못해 자체 자금으로 해결했다. 이달 콜옵션 만기가 돌아온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도 발행 전 사전 조율 과정에서 각각 3500억 원, 3790억 원의 현금을 상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배경에는 보험사 자본의 질을 구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다. 후순위채는 파산 시 자본금과 이익잉여금보다 변제 순위가 앞선 까닭에 손실 흡수력이 한 단계 낮은 ‘보완 자본’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후순위채를 발행해 보완 자본을 늘렸고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K-ICS 규제 비율을 150%에서 130%로 낮춰 발행 부담을 완화시켰다. 다른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규제를 완화해줬는데도 후순위채를 계속 찍는 것은 자본 적정성 강화가 아닌 다른 목적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올해 초에도 새 규제를 꺼내 보완 자본 위주의 자본 구조를 탈피하려는 의사를 내비쳤다. 내년부터 기본자본 K-ICS 비율이 50%를 밑돌 경우 적기 시정 조치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갑작스러운 보험금 지급 요구 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가용 자본’을 쌓는데 자본금·이익잉여금과 같이 외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 손실을 자체 충당할 수 있는 ‘기본자본’의 비중을 확대하라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현행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하에서는 기본자본을 더 쌓기 어려운 상황이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들이 고객들의 보험 해지를 대비해 미리 쌓는 환급금 준비금은 이익잉여금 한도 내에서 적립될 경우 기본자본으로 분류된다. 다만 보험 영업을 할수록 준비금은 비례적으로 증가하는데 이익잉여금 한도를 넘는 초과분은 보완 자본으로 인정된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 또한 K-ICS 비율 산출 시 종전 100%에서 80%로 완화했지만 보험사들의 기본자본 관리는 여전히 까다로운 상황이다. 영업을 하면 할수록 해약환급금 준비금도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신종자본증권이 기본자본으로 분류되려면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이자를 배당 가능 이익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DB손해보험을 제외하고 배당 가능 이익이 남아 있는 보험사는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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