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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중처법 처벌 면책조항 만들어달라”…정부에 100대 규제개선 요청

국조실에 규제개선 종합과제 건의

중처법 처벌·의무 기준 명확히하고

공정거래법 규제도 대폭 경감 요구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 조건 완화

가족관계증명서 마이데이터化도

수정 2026-05-07 08:12

입력 2026-05-07 07:00

경기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골조공사 원자재인 철근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골조공사 원자재인 철근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들을 회원사로 거느린 한국경제인협회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규제를 포함해 총 100가지에 달하는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선진국과 비슷한 규제 환경에서 대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2026 규제개선 종합과제’를 전날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 회원사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규제 개선 과제 100가지를 추진 것이다. 정부가 최근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로 격상한 만큼 한경협도 산업계를 대표해 정부 소통을 늘림으로써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한경협은 우선 중처법을 재정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행 중처법은 산업현장에서 인명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를 ‘경영책임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와 처벌 대상을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업들이 중처법 시행 후 직책을 두고 있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등 책임자를 더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경협은 설명했다.

중처법상 의무도 모호하다. 중처법은 사업자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한다. 안전·보건 관계 법령 역시 모호해 실제로 기업들이 이행해야 할 의무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있다. 또 하청업체의 경우에도 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안전·보건 관련 의무를 지도록 하는데 이 규정 역시 기준이 불명확하다.

이에 중처법 개정을 통해 기준을 명확해 해달라는 게 한경협의 취지다. 또 기준이 명확해질 경우 중대재해가 벌어지더라도 기업이 의무를 다했는지에 따라 처벌을 감경받거나 아예 면책받을 수 있는 조항도 필요하다고 한경협은 주장했다.

중처법 외 건설산업기본법와 공정거래법 등에 따른 기업 규제도 거론됐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사고 발생 시 6시간 내 당국에 신고하도록 정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사고 인지 시점이나 작업자의 내부 보고 시점 등에 따라 대응 시간이 천차만별이라는 고충이 있다. 이에 5일 이내로 신고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순환출자 금지 위반과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위반, 사업자단체의 불공정거래 금지 위반 등 한국에서만 특히 강한 대기업 규제가 다수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쟁국들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유독 강한 기준으로 인해 자칫 경영진이 수사를 받거나 형사 처벌을 받아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에 공정거래법상 금지와 처벌 규정을 없애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게 기업들의 목소리다.

민생이나 일상과 직결된 규제 완화 요구도 다수 나왔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경우 현행법상 소유자나 의결권자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조합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재건축 사업 수준인 70%로 낮추고 동의 절차도 간소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내력벽을 철거해 세대를 합치는 것은 금지돼 있는데 이 규정도 일부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경협은 전했다.

한경협은 마이데이터 규제 완화를 통한 보험 서비스 혁신도 주문했다. 마이데이터는 이용자 스스로 본인의 정보를 서비스 제공업체 같은 제3자에게 보낼 수 있는 제도다. 마이데이터를 이용해 기존에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로 불가능했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보험 분야에서는 이용자가 34종이나 되는 구비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중 핵심 서류인 가족관계증명서를 포함한 각종 서류를 마이데이터를 통해 손쉽게 발급·제출하도록 허용하자고 한경협은 제안했다.

‘농지 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제한 완화’ 과제는 일부 농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으나 사용기한 등 제한이 있는 현행 제도를 고쳐 영농형 태양광 설치 지역과 사업 가능기간을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부산항의 수출 컨테이너 반입 기간을 3~5일로 제한하는 규정을 팬데믹 전인 10일 수준으로 연장해 기업들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부산항 컨테이너 반입 제한 해제’ 과제도 포함됐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별도 자산으로 취급해 소비자가 배터리 없이 값싸게 전기차를 구매하거나 배터리 충전 서비스만을 전담으로 하는 신규 업종 창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배터리 재활용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 학습에 필요한 저작권법 규제와 로봇의 현장 도입을 확대하기 위한 관련 규제를 풀고 홈쇼핑 사업자별 재승인 조건 차별을 금지하며 장애인용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의무를 합리화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제가 있다. 이를 포함해 국토교통부 26건, 산업통상부 13건, 기후에너지환경부 11건, 금융위원회 9건, 고용노동부 6건, 재정경제부 5건 등이 선정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산업 대전환 시기에는 기업이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낡은 규제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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