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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밖 ‘최적 경로’ 개척한다… AMR이 바꿀 이동의 미래

사람 개입 줄이고 동선 효율 개선

실내 제약 벗어나 야외서도 사용

현대차그룹, 다용도 모베드 준비

뉴빌리티, 전국서 배달·순찰 활용

수정 2026-05-06 23:47

입력 2026-05-06 18:46

지면 17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오토 차이나 2026)’ 현대자동차 전시장. ‘아이오닉V’ 모델 최초 공개를 기다리던 전 세계 취재진은 뜻밖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하며 환호를 보냈다. 베이징현대의 대표 격인 리펑강 총경리가 현대차(005380)그룹의 차세대 자율이동로봇(AMR) ‘모베드’에 탑승한 채 무대에 오른 것이다. 2022년 처음 콘셉트를 공개한 모베드가 세계인들 앞에서 주행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날 리 총경리는 취재진에게 “현대차그룹의 지능형 이동 플랫폼”이라며 모베드를 소개했다.

AMR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이동 수단이다. 자율과 이동이 결합한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끔 설계한 점이 AMR의 특징이다. 카메라나 라이다 등의 장비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로봇을 AMR로 부른다.

리펑강 베이징현대 총경리가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대자동차 언론 공개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AMR 모베드를 탑승한 채 등장한 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리펑강 베이징현대 총경리가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대자동차 언론 공개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AMR 모베드를 탑승한 채 등장한 후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고정경로 제약에서 탈피

사람의 직접적인 제어 없이 움직이는 이동형 로봇을 고안한 건 AMR 이전부터 존재했다. 지금도 이미 수많은 기업이 스마트팩토리 안에 무인운반차(AGV)를 배치해 활용하고 있다. AGV도 AMR처럼 사람의 운전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AGV는 한계가 명확하다. 고정된 경로만 따라 주행한다는 점이다. 공장 바닥에 자기(磁氣) 테이프를 붙이고 이 테이프 위를 따라 이동하는 방식이 AGV의 대표 구동 방식 중 하나다. AGV는 실내 환경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자재나 부품 이송을 자동화했다는 측면에서 컨베이어 벨트의 역할을 대체했다고 평가받는다.

AMR은 AGV에서 한 단계 발전한 기술로 경로의 고정이라는 제약을 극복했다. 사용자가 목적지를 입력하면 AMR은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스스로 생성한다. 자율주행 중 이동 경로에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등장하면 대체 경로를 탐색한다. 이러한 AMR의 지능은 공장이나 물류 센터 등 실내 작업장에서 작업자, 설비, 로봇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로봇의 이동 경로를 한번 정하면 사람이 이를 피하는 게 아니라 로봇이 사람과 설비를 피해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는 작업 환경이 마련된다.

게다가 AMR은 야외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실외 환경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 덕에 AMR은 실외 환경에서 이뤄지는 물품 운송이나 순찰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현재 AMR은 물품 배송과 안전 관리 영역에서 먼저 상용화가 시작됐다. 이후 물류, 제조, 건설 등에서도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AMR 업계는 반복 이동 업무가 많고 이동 측면에서 운용 효율 및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높여야 하는 산업군을 중심으로 AMR이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를 찾은 관람객들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AMR ‘모베드’를 관람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3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를 찾은 관람객들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AMR ‘모베드’를 관람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국내 AMR 대표 기업은 현대차그룹과 뉴빌리티

지금 시점에서 국내 기업의 AMR 중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모베드다. 현대차그룹의 AMR 제품 모베드는 너비 75㎝·길이 115㎝·높이 43㎝ 크기의 차체에 네 바퀴를 단 로봇이다. 모베드는 베이직과 프로, 두 모델로 구성되는데 프로 모델에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카메라·라이다 융합 센서가 탑재된다. 최대 적재 중량은 47㎏이며 한 번 충전으로 4시간가량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네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야외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부터 모베드 국내 판매를 시작했으며 하반기 중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서 모베드 개발 실무를 지휘한 고훈건 현대차그룹 모바일로봇솔루션개발실장은 “모베드는 바퀴 하나하나를 독립적으로 조향 및 상하 구동할 수 있다”며 “울퉁불퉁한 노면과 경사로, 연석 등에서도 차체를 수평에 가깝게 유지하며 주행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곳곳을 달리며 일반인에게 눈도장을 찍은 AMR도 있다.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개발한 ‘뉴비’가 그 주인공이다. 뉴비는 2022년부터 양산된 제품으로 너비 67㎝·길이 62㎝·높이 67㎝ 크기의 차체에 네 바퀴를 단 로봇이다. 최대 적재 중량은 20㎏이며 한 번 충전으로 8시간가량 운행할 수 있다. 뉴비는 2024년 9월 인천 송도 일대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에 투입된 이후로 현재 서울, 부산, 광주, 강원 강릉 등에서 배달 및 순찰 등에 쓰이고 있다.

강기혁 뉴빌리티 대표는 “뉴비의 누적 주행거리를 합치면 지구 두 바퀴를 넘긴다”며 “뉴비는 도심 상업지구, 아파트 단지, 골프장 등 다양한 조건의 환경에서 운용 가능한 실전형 AMR”이라고 평가했다.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아파트 단지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빌리티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아파트 단지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빌리티

안정적인 자율주행 구현이 핵심 과제

AMR 전문가들은 AMR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는 자율주행 기술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AMR 기술의 본령이 지능형 이동으로 사람의 노동 개입을 줄이고 작업장 내 조화로운 협업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AMR의 자율주행 구현 기술은 주변 환경 인식→자기 위치 추정→경로 판단 등 세 단계로 구성된다. 각 절차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구현하는 게 AMR 업계의 중요 과제다.

고 실장은 “모베드는 카메라와 라이다 등 여러 센서를 함께 탑재한 데다 AI 모델까지 활용해 비정형 장애물에도 대응하며 주행 경로를 유연하게 수정한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뉴비는 일반 지리정보체계(GIS) 지도와 카메라 센서 기반 현장 지각 능력을 결합해 복잡한 정밀 지도 구축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 덕에 새로운 도입 지역에서도 빠르게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 외에도 AMR의 제품 경쟁력을 결정짓는 대표 요소는 △도입의 용이함 △제품 확장성 △운용 소프트웨어다. AMR 도입의 용이함은 제품 가격뿐 아니라 설정 난도, 장기 운용 안정성 등 총비용에 영향을 받는다.

제품 확장성은 기업 고객의 관점에서 AMR을 고르는 요소다. 고 실장은 “기업 고객은 한 가지 작업만 수행하는 전용 로봇보다 여러 업무에 쓸 수 있는 플랫폼형 로봇에 더 큰 가치를 둔다”며 “모베드는 상단 모듈 교체로 다양한 업무에 두루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운영 소프트웨어는 기업 고객이 요구에 따라 로봇을 쉽게 관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뜻한다. 강 대표는 “뉴빌리티는 ‘뉴빌리티 컨트롤 센터(NCC)’라는 시스템을 제공해 AMR을 모니터링하고 원격 제어한다”며 “이는 고객이 보유한 로봇 전체를 관리할 운영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MR은 초기 제품 단계와 시장 경쟁을 거치며 점차 발전된 모습을 띨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 업계의 기술 개발진은 제품에 더 정교한 기술력을 탑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업 기획자들은 제품군을 다변화하며 제품의 매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베드 제품 양산을 앞둔 고 실장은 “빛 밝기 변화나 노면 상태 변화 등이 혼재된 복잡한 환경에서도 반복 운용이 가능한 수준의 자율주행 품질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올해 사족(四足)보행 로봇 ‘뉴트렉’과 고중량 로봇 ‘뉴톤’을 제품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라며 “복합적인 서비스 환경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제품군을 확장하는 게 사업의 핵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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