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중동 기름 대신 폐플라스틱 캔다…자원 안보 사활 건 국내 석화·정유사 [Biz-플러스]

중동 사태發 원료 공급망 불안 해소

LG화학은 열분해유 수율 집중

SK케미칼, 해중합으로 품질 강점

GS칼텍스는 기존 인프라 활용

“재활용 원료와 적용 범위 넓혀야”

입력 2026-05-07 07:43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제품을 생산하는 산토우 공장./SK케미칼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제품을 생산하는 산토우 공장./SK케미칼

LG화학(051910)·SK케미칼(285130)·GS(078930)칼텍스 등은 중동 사태 이후 폐플라스틱을 원료 대체제로 삼는 첨단 재활용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열분해유와 석유 제품을 직접 만들어 고질적인 공급망 리스크를 돌파하고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화·정유사들이 나프타 수급 불안 등으로 원료 공급망이 흔들리자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전에는 재활용 기술이 유럽연합(EU)의 친환경 규제 대응 수단에 그쳤지만 이제는 전통적 해결책인 공급망 다변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LG화학은 열분해유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온도와 압력이 물의 임계점을 초과한 상태에서 발생한 수증기로 혼합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초임계 열분해’를 내세웠다. 폐플라스틱 10톤을 투입하면 8톤 이상의 열분해유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압도적이다. 사측은 이미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3100억 원을 들여 국내 최초 열분해유 공장을 준공했고 시운전 중이기도 하다. 아울러 향후 공급망 안정화 추이에 따라 투자를 늘리고 생산된 열분해유와 친환경 바이오오일(HVO)을 병행 투입해 재활용 원료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열분해유 시장은 재활용 기술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석화업계에 따르면 2020년에는 70만 톤 규모로 생산된 열분해유는 2030년 330만 톤 규모로 연평균 1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에쓰오일(S-Oil(010950))은 2024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초도 물량을 정유 생산 과정에 투입한 바 있다. LG화학의 움직임도 이러한 성장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SK케미칼은 ‘해중합’ 기술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폐플라스틱을 분쇄·세척하고 다시 녹이는 기존 물리적 재활용은 사용 이력과 불순물에 따라 품질이 쉽게 좌우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해중합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쪼개 신규 플라스틱 수준의 물성과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 사측은 이 기술을 중국 산토우 공장에서 활용해 재활용 원료(r-BHET)와 재활용 페트(r-PET) 10만 톤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올해 하반기 중국 산시성의 재활용 전문 기업 커린러와 합작한 ‘리사이클 원료 혁신센터(FIC)’에서 1만 6000톤의 해중합 원료를 생산하고 연간 3만 2000톤까지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GS칼텍스는 기존 정유 설비 인프라를 십분 활용한다.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재생유를 실제 정유 공정에 직접 투입해 ‘순환형 석유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재생유를 기존 설비와 연계해 활용하면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정유·화학산업 전반의 원료 구조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도 환경 이슈와 자원 안보 강화 흐름에 맞물려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19년 580억 달러(약 84조 1116억 원)에서 2023년 694억 달러(약 100조 6438억 원)로 연평균 8.1% 성장했다. 2030년에는 1200억 달러(약 174조 2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국내 시장도 2019년 1조 6703억 원에서 2027년 2조 8486억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활용은 당장의 경제성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자원이 나지 않는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료 수급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자원 안보 차원의 선택지”라며 재활용 기술 고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물리적 재활용 중심으로 구축된 국내 재활용 체계를 재설계해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와 적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광고삭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