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거위의 배’ 가르지 말고 ‘ESG 노조’로 거듭나야”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삼전 노조, 불황기 고통분담 안하면서
호황기 과한 성과급 요구 설득력 부족
협력사·비정규직도 배려, 포용력 필요
美 링컨 일렉트릭, 성과·위험 같이 나눠
GM, 사전 합의된 룰 따라 성과급 지급
노조도 기업 지속가능성 같이 고민해야
“과실 정규직에만 집중되면 ESG 한계”
수정 2026-05-08 08:49
입력 2026-05-08 07:30
“노조가 안전·복지·인권 같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요구하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조합원만이 아니라 협력사·비정규직까지 포용하고 산업 생태계까지 감안해야 합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와 관련, “ESG, 즉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보면 성과급을 무리하게 요구하면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며 ”호황기에 지나친 요구를 하려면 불황기에는 고통분담도 함께 받아들이겠다고 해야 사회적 설득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제에 노사가 대립을 넘어서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영국 애슈리지 경영대학원 MBA를 졸업했으며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ESG 평가 및 의결권 자문사를 창업해 기관 투자자의 ESG 투자 지원을 위한 조사·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도 역임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하며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연봉의 절반가량 한도인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협력사 임직원 등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삼성전자 주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와 비반도체 분야 간 성과급 차등화 움직임과 관련한 일부 노노갈등 움직임도 있다. 류 대표는 “노동의 몫 자체를 결코 부정하지 않지만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ESG 관점에서 기업의 잉여를 특정 집단이 과점하는 구조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은 연구개발(R&D), 설비 투자, 미래 사업, 생태계 확충, 배당, 불황기 대비 재무 안정성 등 다양하게 써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사측에 ESG 경영을 요구해온 노조 입장에서 협력사와 비정규직까지 함께 배려하는 포용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삼성전자 정규직, 특히 반도체 사업부는 이미 상층 노동시장에 속해 있다”며 “비정규직과 협력사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몫은 외면한 채 자기 몫만 확대하려 한다면 ‘위험은 외주화하고 이익은 내부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사내 하청, 파견·도급, 협력사 노동자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몫만 챙기려고 하면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을 해치고 결국 노조에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그는 ‘주주가치 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주주들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최종 위험 부담자라고 보기 때문에 노동자의 몫이 커질수록 자신의 파이가 줄어든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도 ‘주주자본주의’가 만능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주들도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과 배당에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분배 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영업이익의 10%를 임직원에게 배분키로 한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ESG 관점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하이닉스는 비교적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성과급 지급 방식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그 과실이 정규직 내부에만 집중된다면 ESG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협력사나 비정규직 등을 동일한 수혜 대상에서 배제한 채 정규직 위주로만 보상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다”며 “최근 성과급 보상 한도를 없애면서 이번 사회적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해외 기업들의 치밀한 이익배분 설계 방식을 예로 들며 우리 기업들에게 체계적인 보상 시스템 마련을 주문했다. 실례로 미국의 자동차사인 지엠(GM)의 경우 북미사업 이익(EBIT 기준)을 사전 합의된 지급률, 개인별 근로시간에 따라 성과급을 자동 계산해 지급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노조가 이익의 배분 비율 자체를 포괄적으로 앞세우는 것과 차별화된다. 미국 산업용 기계·장비사인 링컨 일렉트릭(Lincoln Electric)은 성과급과 고용안정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호황기에는 성과급을 더 지급하고 불황기에는 줄이는 구조를 정착 시켰다. 대만의 세계적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임직원들과 이익공유 제도를 운영하면서 연차 보고서를 통해 인센티브 방식을 공시해 왔다. 반도체 제조용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은 설비 투자와 R&D에 자본을 우선 배분하는 원칙을 공시하고 있다. 류 대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노조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산업 생태계를 함께 고민하는 ‘ESG 노조’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며 “노사가 성과 보상에 대해 지급 액수뿐 아니라 위험 공유까지 같이 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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