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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쏟아낸 임윤찬…광기 지배한 조성진

■두 젊은 거장의 ‘피아노 향연’

임윤찬 2년만에 국내 리사이틀

슈베르트서 스크랴빈 완벽 몰입

조성진, 9일까지 뮌헨필과 협연

프로코피예프 등 초절기교 뽐내

수정 2026-05-08 18:38

입력 2026-05-07 17:53

지면 27면
5일 예술의전당에서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하고 있는 조성진 / 제공=크레디아
5일 예술의전당에서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하고 있는 조성진 / 제공=크레디아

젊은 거장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비슷한 시기 피아노 향연을 펼치며 클래식 팬들을 들뜨게 했다. 공교롭게도 두 연주자의 국내 공연 일정이 겹치면서 이목이 집중된 것. 특히 6일에는 조성진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임윤찬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저마다의 컬러로 관객들을 만났다.

2년 만에 국내 리사이틀 투어에 나선 임윤찬은 슈베르트와 스크랴빈의 소나타라는, 다소 이질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돌아왔다. 그는 “긴 침묵과 망설임의 시간을 지나 비로소 내면 깊이에서 진정으로 살아 있는 음악에 다다르게 됐다”며 “강박과 관성, 습관들을 모두 내려놓고 오랜 세월 사랑해왔고 결코 외면하고 싶지 않았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엮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잔향 시간이 길고 좌석에 따라 음향의 편차가 큰 롯데콘서트홀에서도 임윤찬은 공연장 전체를 밀도 높은 자신만의 소리로 채워냈다. 1부는 슈베르트의 소나타 17번 ‘가슈타이너’로 문을 열었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825년 오스트리아 휴양지 가슈타인에서 완성한 작품으로, 알프스의 밝고 청명한 정서와 동시에 슈베르트 특유의 우울하고 고독한 서정이 교차하는 곡이다. 임윤찬은 익숙한 슈베르트를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빚어냈다. 그러면서도 과도하게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절제 속에서 음악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반면 2부 스크랴빈 소나타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스크랴빈 소나타 2번은 임윤찬이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2번과 함께 3번, 4번 소나타를 연이어 배치해 총 8개 악장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처럼 이어갔다.

2번에서는 달빛 아래 고요하던 바다가 폭풍 속에서 요동치는 격정을 그려냈고, 3번에서는 고통과 불안 속에 내던져진 인간 영혼의 투쟁을 묘사했다. 이어 4번에서는 우주를 향해 비상하는 듯한 신비로운 클라이맥스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특히 스크랴빈 연주에서 임윤찬은 손끝만이 아니라 온몸 전체를 사용해 피아노를 연주했다. 완벽한 기교 위에 불안과 모호함, 광기 어린 에너지까지 폭발시키며 객석의 시공간 감각마저 흔드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임윤찬은 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9일 부산콘서트홀, 10일 통영국제음악당,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13일 아트센터 인천으로 투어를 이어간다.

조성진은 뮌헨 필하모닉과 함께 한 내한 공연에서 절정의 기량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5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는 명료하면서도 역동적인 음악 흐름과 견고한 타건으로 특유의 정제된 음악성을 보여줬다. 특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지휘자 라하브 샤니와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베토벤 초기 협주곡 특유의 고전적 형식 안에서는 조성진의 에너지와 깊이를 온전히 드러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그 갈증은 6일 연주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단숨에 해소됐다.

20세기 피아노 협주곡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강렬한 불협화음과 파격적인 구조, 그리고 악마적이라 불릴 정도의 초절기교를 요구하는 곡이다. 조성진은 기존의 정교하고 투명한 음색에 더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에너지까지 쏟아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는 자리에서 거의 일어서다시피 하며 온몸을 실어 건반을 두드렸고, 폭발적인 음향 속에서도 균형과 통제력을 잃지 않았다.

송주호 음악평론가는 “조성진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고 극찬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은 맨정신으로 연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마적인 곡’”이라며 “조성진은 광기에 휘둘리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다스리고 활용하는 연주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성진은 8일 인천아트센터,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어진 뮌헨 필과의 협연에서도 두 프로그램을 번갈아 연주한다.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 제공=목프로덕션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 제공=목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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