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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에도 美노동시장 ‘평온’, 월풀만 수익 붕괴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12>

미국 민간고용과 실업, 전쟁 속 예상 외 선전

유가發 고물가와 대조...휘발윳값 4년만 최고

연준 금리인상론 ‘솔솔’...연내 확률 16→22%

소비 악화는 변수...월풀 실적 부진에 12% ↓

4월 노동보고서 주목...워시 통화정책 딜레마

수정 2026-05-09 10:41

입력 2026-05-08 06:00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 사진 제공=월풀 홈페이지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 사진 제공=월풀 홈페이지

중동 전쟁이 교전과 협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와중에도 미국 노동시장은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는 지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제외하면 미국 경제가 받는 전쟁발(發) 충격이 크지 않은 데다 인공지능(AI) 인프라(기반시설) 투자 확대에 따른 고용 증가세가 견조한 까닭이다. 물가 상승 위험보다 노동시장의 불안이 적다는 징후가 계속 나오면서 월가 안팎에서는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아예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다만 소비심리가 나빠지면서 월풀 등 소비재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고용지표, 예상 외 선전 결과 잇따라...‘고물가와 대조’ 연준 내에서도 금리 인상론 ‘솔솔’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통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고용정보 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달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이 3월보다 10만 9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증가폭은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만 4000명)도 웃돌았다. 세부적으로는 교육·보건 서비스 부문 고용이 6만 1000명 늘었고 교통·운송·유틸리티, 건설 부문에서 각각 2만 5000명, 1만 명 증가했다. 전문·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에서는 8000명이 줄었다.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였다.

최근 미국 노동시장이 전쟁 여파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노동부가 5일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도 3월 미국의 구인 건수는 686만 6000건으로 집계돼 다우존스 전문가 예상치 680만 건을 웃돌았다.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690만 건보다는 다소 적었으나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준도 아니었다. 세부적으로는 전문·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에서 구인이 31만 8000건 줄었고 금융·보험 부문에서는 9만8000건 증가했다. 채용은 2월보다 65만 5000건 급증한 555만 4000건에 달했고 채용률도 0.4%포인트 상승한 3.5%를 기록했다. 운송·창고·공공 서비스 부문(10만 8000건), 전문·비즈니스 서비스(16만 5000건), 숙박·음식 서비스(12만 4000건) 등 주요 업종 전반에 걸쳐 채용이 증가했다. 해고는 186만 7000건으로 2월보다 15만 3000건 늘었고 해고율은 1.1%에서 1.2%로 올랐다.

7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4월 26일~5월 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0만 건으로 전문가 전망치 20만 6000건을 밑돌았다. 또 지난달 19~2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 건으로 한 주 전보다 2만 5000명 감소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21만 2000건을 크게 하회한 수치였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9만 건 아래로 떨어지면 이는 1969년 9월 이후 5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지난달 19∼25일 기준 176만 6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1만건이나 줄었다. 이는 2024년 4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기업들의 해고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선행지표로 꼽힌다. 이번 수치는 고금리와 관세, 중동발 물가 압력 등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노동시장이 급격히 둔화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고용시장의 안정화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불안 조짐을 보이는 물가와는 크게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달 30일에 나온 3월 개인소비지출(PCE)은 1년 전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전쟁 직전인 2월 상승률(2.8%)보다도 한참 높아졌다. 심지어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로는 3.2%, 전월 대비로는 0.3% 올라 유가를 제외한 물가 상승 압박도 작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쟁 전인 2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3.0%, 전월 대비 0.4% 상승해 전체 수치보다 더 높게 집계됐다.

6일 전미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이날 기준 갤런(약 3.78ℓ)당 4.54달러를 기록해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디젤(경유) 가격도 갤런당 5.67달러로 일주일 전 5.46달러보다 3.8% 올랐다.

소비심리는 악화해 월풀 실적 직격탄...8일 4월 고용보고서 주목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연준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는 찬성하면서도 인하를 암시하는 성명 문구 삽입에는 반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연준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는 찬성하면서도 인하를 암시하는 성명 문구 삽입에는 반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고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준과 월가에서는 이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가운데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 등 무려 3명이 금리 동결에만 찬성하고 “추가 조정” 문구 등 통화완화 기조를 시사하는 성명에는 반대했다.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한 친(親)백악관 인사 스티븐 마이런 이사를 포함해 연준에서 4명의 위원이 금리 결정에 반대 의견을 낸 일은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었다. 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도 연준이 올 연말까지 금리를 내내 동결할 확률을 70.0%로 내다봤다. 나아가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전날 16.3%에서 22.2%로 높여 잡고, 내릴 확률은 13.1%에서 7.8%로 낮췄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가 처음으로 주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달 17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94.8%에 이르렀다.

금리 인하 시사 문구에 반대 의견을 낸 인사인 카시카리 총재는 3일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지금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것은 편하지 않다”며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는데 그 경우 우리는 반대 방향(금리 인상)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올해 투표권자가 아닌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도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3월 PCE 가격지수를 거론하며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모든 경제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고, 워시 후보자가 일부 수용할 수 있는 금리 인하의 가능성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심리 악화는 그 대표적인 지표다.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3월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49.8로 197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가전제품 업체 월풀도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실적 침체에 빠졌다. 6일 월풀은 실적 보고서를 내고 올 1분기 주당 56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인 주당 38센트 이익에 크게 못 미쳤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실적 전망도 기존 주당 6달러에서 주당 3∼3.5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월풀은 “이란 전쟁으로 2월 말과 3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급락해 경기침체 수준의 업황 부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록산 워너 월풀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실적 발표회에서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풀의 주가는 실적 악화로 7일 11.91% 급락했다.

미국 고용시장과 금리 향방을 가늠할 최대 변곡점은 8일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하는 4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수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에도 2월보다 17만 8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와 5만 9000명만 늘었을 것으로 본 월가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는 연준이 지난달 자신 있게 기준금리를 동결한 주요 근거가 됐다. 같은 날 나올 5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도 눈여겨볼 지표다. 미국의 경제가 전쟁통에도 튼튼하게 버틴다는 결과가 계속 나올수록 연준의 통화정책 고민은 더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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