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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3高’ 시대가 왔다

입력 2026-05-09 07:00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은 전 세계를 순식간에 에너지 수급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당장 전쟁이 마무리되고 에너지 공급이 재개된다고 해도 상황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죠. 또 다시 마주한 오일쇼크는 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에너지는 저렴한 것이 아닌 값비싼 것이며, 공급이 끊길 위험이 언제든 닥칠 수 있고, 따라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은 아닐까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값싼 에너지’의 종말

중동산 에너지 위기는 국제유가를 크게 상승시켰고 공급 불안 역시 큰 폭으로 키웠습니다. 미·이란 전쟁이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 다시 예전으로 빠르게 돌아가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에너지 가격이 약 24%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하루 약 1000만 배럴 감소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배럴 당 평균 69달러였던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평균 86달러로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한 번 불 붙은 유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사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이 어느 정도로 원상 복구되는지 또한 큰 관건이겠죠. 진짜 통행료를 내야 지나가는 방식이 자리 잡는다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미국과 이란이 불안한 휴전을 이어간다면 전쟁 전과 매우 큰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상 복구라는 말과도 거리가 있겠죠.

에너지 가격의 역습.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에너지 가격의 역습.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고유가 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도 많은 비용이 듭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충 수요가 커지면서 광물 가격이 껑충 뛰는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을 기억하실 텐데요. 광물은 특히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수요도 함께 몰리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죠. 이를 테면 구리 가격은 최근 5년 동안 50% 이상 상승했고요.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AI 등에서 모두 필요로 하는 은 가격은 약 2배 비싸졌습니다. 설비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이 뛰면 그만큼 에너지 비용도 늘어나겠죠. 이뿐만 아니라 송전망 구축, 탄소 감축에 따른 환경 비용 등 요소들도 고지서에 찍히는 에너지 요금을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저렴한 에너지 시대가 지나고, 고비용 에너지 시대가 도래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안보와 효율이라는 필수 조건

두 번째 키워드는 에너지 안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이 퍼지는 이유는 화석연료 의존이 지정학적 사건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고요. 물론 재생에너지라고 무조건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중국이 태양광·풍력 등의 공급망을 장악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또한 ‘안보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관련 연재 기사: 재생에너지 전환, 또 다른 ‘에너지 종속’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이런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는 앞서 살펴본 첫 번째 키워드인 고비용 에너지와 연관이 될 것 같습니다. 에너지를 확보할 때 경제성만 따지지 않고 안보 관점에서도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국가의 에너지는 또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에너지 절약을 위해 운영 시간을 단축한 대형 전광판이 꺼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달 에너지 절약을 위해 운영 시간을 단축한 대형 전광판이 꺼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효율성 제고는 이제 ‘잘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잡는 분위기입니다. 에너지 효율은 비단 이번 전쟁에서만 얻은 교훈이 아니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해 국내총생산(GDP) 1달러(물가 상승률 반영)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2000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 3분의 1, 중국에서는 약 40%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은 공급 충격을 완화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고요.

고비용·고위험·고효율. 이른바 에너지 ‘3고(高)’라는 변화는 앞으로 에너지 분야는 물론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에너지 기구들은 △전력망 디지털화와 스마트그리드 △고효율 전기화 기술 △에너지 효율 기술 △재생에너지 고효율화 △지능형 에너지 시스템 등 분야가 앞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전국 10만 7000개 전기차 충전기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최대 15% 할인된 요금으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전력 요금 할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한 건물의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부터 전국 10만 7000개 전기차 충전기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최대 15% 할인된 요금으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전력 요금 할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한 건물의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에너지 환경의 근본적 변화

결국 이번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단순한 유가 급등이나 일시적 공급 차질을 넘어 에너지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에너지는 비싸고, 언제든 끊길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 똑똑하게 써야 하는 자원이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에너지 시스템을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재편할 수 있다면 이번 충격은 위기가 아니라 미래를 앞당기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사 하단에 있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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