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흩어진 문화유산 환수 방식은 ‘기증받는 것’ 밖에 없나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전체 유산 환수의 96%가 ‘기증’ 방식
국외소재재단 올해 예산 100억도 안돼
보다 적극적 국가예산 확보 노력 필요
수정 2026-05-10 15:52
입력 2026-05-10 15:46
지난해 6월 일본 가마쿠라시의 사찰 고덕원(고토쿠인, 주지 사토 다카오)에서 조선 왕실의 사당 ‘관월당’을 한국 정부에 무상 반환(기증)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이 건물을 해체하고 한국까지 운송하는 비용까지 일본 측에서 부담했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이 사찰은 올해 4월 18일에는 한일 학술교류 기금 1억 엔(약 10억 원)까지 추가 기부했다.
이어 지난 5월 8일 일본에 거주하는 김창원·김강원 형제가 조선 후기 명필인 이광사의 글씨가 있는 ‘백자청화이진검묘지’와 조선 및 대한제국의 마지막 임금이던 순종이 글을 짓고 글씨도 쓴 ‘순종예제예필현판’을 각각 기증했다. 특히 동생인 김강원 씨는 이번이 4번째 문화유산 기증이라고 한다. 역시 고마운 일이다.
해외로부터 우리 문화유산(문화재)이 지속적으로 반환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해외에는 여전히 일제강점기 등을 전후해 약탈 등의 불법으로 반출된 수많은 문화유산이 고국으로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유산 환수를 담당하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공식 조사된 해외 29개국 801처에 25만 6190점의 우리 문화유산이 있다. 물론 불법 반출이나 합법 반출을 모두 포함하는 수치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의 환수를 담당하는 조직은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앞서 ‘관월당’이나 ‘순종 현판’ 등의 발굴, 조사 등을 진행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다만 중요성에 비해 활동이 미진하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는 모두 28명이 근무하고 올해 예산은 달랑 86억 원이다. 직원이나 시설 유지 비용을 빼면 환수에 사용되는 비용은 아주 미미하다. 웬만한 문화유산 하나 직접 매입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앞에 서술한 내용의 기사가 자꾸 나온다. 해외 문화유산의 기증 미담이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최근 10년간 총 1298건을 환수했는데 이 중에서 1248건, 즉 96%를 기증 방식을 통해 받았다. 박정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은 지난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 ‘순종예제예필현판’ 등의 기증식에 참석해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해주신 기증자에 감사한다. 기증이라는 고귀한 정신이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직접 환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작정 경매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개입됐다는 것이 알려지면 가격이 더 올라갈 것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예산 노력 없이 단순히 기증자의 호의에만 매달리는 것도 문제다.
허민 국가유산청 청장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첫 언론 간담회에서 ‘공약’으로 “약탈된 것으로 확인된 (해외 소재) 문화유산은 반드시 환수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비롯한 국가유산 당국의 더 확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강국을 꿈꾸는 이재명 정부에서 국가유산청의 올해 예산은 1조 4971억 원으로 지난 대비 7.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올해 정부 총예산 증가율 8.1%보다 낮다. 전체 국가예산 대비 올해 국가유산청 예산 비중은 0.2057%로, 지난해(0.2060%)에 비해 0.0003%포인트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26조 2000억 원이나 확보된 2026년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국가유산청 몫은 달랑 14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관월당’을 기증한 일본 고덕원 사토 다카오 주지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리고 김창원 형제에게는 국가유산청장 명의의 감사패가 전달됐다. 고마운 기증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 외에는 더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쉽다. 기증을 통한 우리 문화유산의 환수에는 이외에도 많은 기업이 도움을 주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등 게임사들이 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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