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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종결 이후가 진짜 승부…승계·사후심사까지 설계해야”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 인터뷰]

노란봉투법·상법개정 등 규제 중첩에

인수합병 시장 종합적 자문 요청 증가

가격보다 분쟁 등 리스크가 거래 좌우

인사노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투입

AI시대 맞아 기업들 법률 문제 내재화

로펌의 판단·속도·실행력 중요해질것

수정 2026-05-10 23:38

입력 2026-05-10 16:53

지면 23면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초불확실성’ 시대에 복합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자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초불확실성’ 시대에 복합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자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요즘 기업 환경은 하나의 사업에도 여러 가지 규제가 중첩해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시행,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하나라도 실수하면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경영 판단의 위험이 커졌습니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22기)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기업 경영 환경이 ‘초불확실성’ 시대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규제 이슈별로 대응 기관과 법률 쟁점이 비교적 명확했지만 최근에는 단일 사업에 공정거래, 개인정보, 인사노무, 금융규제 등 여러 규제가 동시에 적용된다”며 “기업들이 종합적인 자문을 요청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 대표변호사는 “앞으로의 M&A 시장은 단순한 거래가 많이 나오는 시장이 아니라 전략적 필요가 분명하고 구조가 정교하게 설계된 거래가 선별적으로 성사되는 시장”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과거에는 가격과 실사가 거래의 승패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거래 종결과 그 이후에 발생하는 규제·분쟁·인수 후 통합 리스크가 거래 가치 전체를 좌우하는 시대”라며 “M&A의 진짜 승부는 클로징 이후에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메타의 20억 달러(약 3조 원) 규모 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 인수를 최종 불허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미 거래가 종결되고 직원까지 이동한 거래를 당국이 사후적으로 뒤집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였다. 이 대표변호사는 “마누스 거래는 거래가 끝나도 규제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며 “앞으로는 거래 종결 이후 가격 조정 분쟁, 진술·보증(R&W) 위반 클레임, 고용 승계 등 인사노무 이슈, 규제기관의 사후 심사까지 거래 구조 안에 미리 설계해 넣는 역량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 성형주 기자
이준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 성형주 기자

국내 M&A 시장은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활발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데다 중동 정세와 금리, 환율 등이 안정되면 거래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국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리밸런싱 수요에 맞춰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운용사(PE)들이 매수자로서 한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프라, 환경, 에너지, AI·데이터센터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태평양이 자문한 KKR의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 인수 거래(약 1조 8000억 원 규모)가 이런 흐름의 대표적 사례다. 이 거래에는 M&A·인수금융·환경·규제·세무·인사노무 전문가가 초기 단계부터 함께 투입됐다. 산업별로는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특허관리회사(NPE)와의 특허 분쟁이 늘 조짐을 보이고 있고, 석유화학 업계는 구조조정 자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배터리 업체들은 사업 재편과 신규 사업 기회를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평양은 지난해 매출 4402억 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국내 2위 로펌 자리에 올라섰다. 올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1066억 원으로 대형 로펌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 대표변호사는 “성장의 상당 부분은 기존 고객 업무의 확대에서 비롯됐다”며 “품질을 중시하는 고객들이 중요한 업무를 태평양에 집중시키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AI 시대 로펌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는 “기업 법무실이 인공지능 활용을 통해 법률 문제를 내재화하고 있다”며 “이제 로펌은 전략적 판단, 속도, 실행력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세 가지는 AI 이전부터 태평양을 경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원칙으로, AI 시대에 로펌에 남는 것은 이 세 가지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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