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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도 로봇이 주인공

유니트리 직영점부터 항저우 로봇 경찰까지

노동절 연휴에도 스포트라이트는 로봇에

청년 취업난 아우성에도 끄떡없는 中 로봇 굴기

눈부신 발전을 마냥 부러워만 할수는 없는 이유

입력 2026-05-10 17:48

지면 30면
이달 1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의 유니트리 직영 매장에서 사람들이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 바이두 캡처
이달 1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의 유니트리 직영 매장에서 사람들이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 바이두 캡처

5일간의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이달 1일 중국 베이징 시내 중심가 왕푸징의 한 대형 쇼핑몰 1층. 인산인해 속에서도 유독 많은 인파가 몰린 가게로 따라가 보니 휴대폰을 높이 쳐든 사람들 사이로 판다 로봇과 로봇 개가 묘기를 부리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무대가 열린 곳은 연휴 특수를 노리고 전날 막 영업을 시작한 유니트리의 첫 직영 판매점이었다. 기자 입장에서는 새롭지 않았으나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과 부모들의 눈빛은 호기심과 경외감으로 반짝였다.

요즘 중국에선 어딜 가든 로봇 붐이다. 어떤 박람회를 가든 로봇이 메인 부스를 차지하고 심지어 로봇 마라톤·올림픽처럼 아예 로봇만을 위해 만들어진 행사들도 많다. 당장 이번 연휴 기간에도 항저우에서 세계 최초 로봇 경찰팀이 실전에 투입돼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인간을 위한 노동절마저 로봇이 주인공이 되는 광경을 보니 얼마 전 출장에서 만난 한 중국 기자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중국 기술 굴기의 중심지인 선전에서 온 그는 조만간 로봇 마라톤을 취재하러 가야 한다는 내 말에 대뜸 “로봇이 싫다”고 했다. 안 그래도 일자리가 없어 난리인데 로봇이 이렇게 확산되면 젊은 사람들은 어떡하냐는 취지였다. 듣는 귀가 많은 자리인지라 소근소근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프롤레타리아의 나라를 자처해온 중국이지만 노동자 권리는 한국에 비해 뒤떨어진 점이 많다. 인구 이동을 막기 위해 1958년 도입해 여태까지 ‘현대판 신분제’로 작용하고 있는 후커우(호적) 제도가 대표적이다. 베이징·상하이 등에서 일하는 농촌 출신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연금·의료·주택 보장 등에서 소외되고 자녀 역시 현지 고등학교 입학과 가오카오(대입시험) 응시 자격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중학교 졸업 전후로 어린 자녀를 혼자 호적지에 돌려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근로 환경도 열악하다. 흔히 ‘996(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으로 불리는 장시간 노동 관행은 물론이고 직장인들은 공휴일 때마다 ‘대체근무’라는 불청객을 맞이해야 한다. 공휴일로 빠진 평일 근무를 보충하기 위해 주말에 대신 근무하는 제도다. 공휴일 앞뒤 토요일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주 6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반면 부자들은 한없이 더 부자가 되기 쉽다. 상속세·증여세가 없고 주택보유세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전무하다. 국가의 주요 세원은 증치세(부가가치세)로 부자보다는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준다. 20위안(약 4400원)짜리 간식 하나를 시켜도 배달비가 붙지 않는 가게가 수두룩할 정도로 인건비는 싼데 베이징 웬만한 카페의 라테 한 잔은 한국 돈으로 8000원을 우습게 넘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동 소외다. 극심한 취업난 속 많은 젊은이들은 열악한 일자리라도 갖고 싶어 하지만 일할 곳이 없다. 취직한 척을 할 수 있는 ‘가짜 사무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기다. 로봇의 발전과 확산은 이 문제를 더욱 빠르게 심화시키고 있다.

최근 한국에선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요구가 과도하다는 여론에 공감하지만 중국에 있다 보면 어찌됐든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사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집단행동을 지극히 불온시하는 중국에서는 총파업은커녕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이 있으면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마저 차단당하기 십상이다. 지난해 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PC방 등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전한 ‘샤오A’의 영상은 돌연 모두 삭제됐다. 중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최근 외세가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안 함)’을 부추겨 중국 청년들의 정신을 부식시키려 한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로봇 굴기를 비롯한 중국의 눈부신 발전상이 부러울 때가 많다. 일당 체제 특유의 추진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만리방화벽’을 우회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류가 나는 VPN(가상사설망)을 붙잡고 과학 굴기 기사를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인지부조화를 느끼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미래를 만들면서도 그 미래를 논할 자유는 허락하지 않는 나라, 그것이 오늘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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