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이란을 꺾지 못 하나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협상하면서도 반미 정권 전복 원해
美 모순적 태도로 딜레마에 봉착
트럼프 합의땐 이란, ‘정당성’ 얻는 격
수정 2026-05-12 05:00
입력 2026-05-12 05:00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로 평가받는 미국이 경제 제재와 군사 공격으로 초토화된 이란을 상대로 뜻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겪는 어려움을 가장 단순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게임이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치킨게임’을 하기로 했다. 상대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두 운전자를 떠올리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더 큰 이해관계를 가진 쪽이 이긴다. 이란은 전쟁에서 지면 정권이 전복되고 학살당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주말을 망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이란이 치킨게임에서 핸들을 끝까지 놓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이 이란을 다루기 어렵게 느껴온 데는 사실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하게 기획한 전쟁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란에서 이슬람 체제가 권력을 잡은 후 미국은 줄곧 모순된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은 인질 송환에서 핵 제한에 이르기까지 해결하고 싶은 여러 현안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란과 협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미 정권 자체를 무너뜨리길 원했다. 이 상반된 태도가 거의 반세기 동안 미국 외교정책을 관통해왔다. 미국은 이란의 대외 정책을 바꾸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이란 정권을 바꾸고 싶은 것인가.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양측 모두 어느 정도 양보하며 적대감은 다소 누그러진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교류하는 행위 자체를 통해 일정 수준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즉 이슬람 정권을 진지한 협상 상대로 대우하고 국제 무대에서 이란을 대표하는 주체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이는 일부 미국 엘리트들에게 매우 불편한 일이다. 그들은 이란이 정당하지 않고 존재해선 안 되며 이 정권은 전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원하는 것들 가운데는 오직 이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조차 공개적으로는 이란 성직자들을 규탄하면서도 뒤로는 비밀 협상을 벌이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같은 긴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에서 매일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란 문명을 파괴하고 47년의 악을 끝내겠다”고 위협한다. 같은 날 또 다른 글에서는 “이란과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들어가서는 합의에 낙관적인 듯 보이다가도 협상 라운드 사이에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고 이란인들에게 정부를 전복하라고 촉구한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란에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다시 약속한다.
미국은 과거 소련을 대할 때도 이와 유사한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1917년 공산주의자들이 소련을 장악한 뒤 미국은 소련과 국교를 단절하고 소규모 공작을 통해 체제 전복을 시도했다. 미국이 소련의 존재를 인정하고 외교관을 보내기까지는 16년이 걸렸다. 이 같은 긴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다시 나타났다. 1970년대 헨리 키신저 미국 국가안보담당 대통령보좌관의 대소 협상 정책은 ‘악의 제국’의 위상을 높여준다는 이유로 보수 세력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키신저는 당시 미국이 소련과 이념적으로 대립하지만 핵무기 통제처럼 합의 없이는 다룰 수 없는 국가이익이 있다고 늘 반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키신저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과의 협상을 선택했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소련의 사례처럼 이란의 반미 정권과 거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란과의 핵 합의는 이란의 대외 정책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 하나를 골라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미국 우파에게는 이슬람 정권을 정당화해준 행위였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합의에서 탈퇴했고 그 결과 하산 로하니 이란 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강경파가 복귀했다. 강경파는 농축 프로그램을 강화했고 그로 인해 트럼프 정부는 똑같은 딜레마의 상황을 맞았다. 그렇다면 미국은 합의할 것인가, 아니면 원칙을 고수하며 맞설 것인가.
현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원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합의 과정에서 이란의 이슬람 정권이 47년 동안 요구한 것을 결국 내줄 수도 있다. 바로 미국의 가장 강경한 세력들로부터도 정식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수많은 양보를 감수하고서라도 얻어낼 가치가 있는 전리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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