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 결합해 질병 원인 규명…초정밀 의료 구현”
■한남식 연세대·케임브리지대 교수
양자컴퓨팅으로 유전체 동시 연산
기존에 확인 불가한 영역도 분석
경쟁 초기 ‘전략 지원’ 필요성 강조
“케임브리지대와 오픈이노 구축”
수정 2026-05-11 17:46
입력 2026-05-11 17:12
“인공지능(AI)에 양자컴퓨터를 결합하면 질병의 근본 원인을 더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획일적인 범용 치료제가 아니라 환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남식 연세대 양자정보학과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너의약연구소 AI연구센터장은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IBS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이달 27~28일 열리는 ‘서울포럼 2026’에서 강연자로 나서 AI와 양자컴퓨터를 결합한 데이터 기반 신약 설계와 정밀의학의 미래를 제시할 예정이다.
AI와 양자컴퓨팅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의 DNA와 단백질 데이터를 이들 기술로 분석해 질병의 발생 원인을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같은 질병이라도 환자마다 원인이 다르다”며 “질병을 유발한 유전자나 단백질 이상을 정확히 찾아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 계산하기 어려운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사람 한 명의 DNA에는 약 32억 개의 염기서열 정보가 담겨 있어 이를 수백만 명 단위로 분석하려면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한 교수는 “양자컴퓨팅은 초대규모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질병 원인을 훨씬 더 빠르고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다”며 “기존 기술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신약 개발에 본격 도입되는 현 시점이 한국이 글로벌 신약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약 산업은 혁신 제품 중심의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가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라며 “초기 기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연세대에 합류한 이유도 양자컴퓨팅 기반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연세대는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을 도입해 실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한 교수는 “약 127큐비트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대학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의학·AI·물리학 등 학문 간 장벽을 허물고 융합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겸임하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 교수는 AI와 양자컴퓨터를 통한 노화 연구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노화는 다양한 질병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질병의 예방과 치료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형 초정밀 의료를 구현하는 ‘메디슨 3.0’ 시대를 열 것”이라고 포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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