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떠나면 에베레스트도 낮아진다
■노해철 정치부 기자
입력 2026-05-11 20:10
“에베레스트산이 높은 것은 히말라야산맥이 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말을 전했다. 요지는 당을 떠받치는 민심을 무시하면 한순간 정치판에서 ‘난쟁이 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성패는 특정 인물의 인기나 화제성이 아니라 바닥 민심이 좌우할 것이라는 경고가 뒤따랐다.
에베레스트산처럼 견고해 보이는 지지세도 순식간에 꺾일 수 있다는 여권 내 위기감이 읽힌다. 실제로 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통령 후광 효과’로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판세는 급격히 요동치는 까닭이다.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수도권·영남권에서 여당 후보에 크게 뒤처져 있던 야당 후보들이 빠르게 추격하면서 일부 지역은 초접전 양상으로 돌아섰다.
상황이 이렇자 당 안팎에서는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북구 구포시장 유세 현장에서 나온 정청래 대표의 ‘오빠’ 발언이나 김문수 의원의 ‘공무원 따까리’ 발언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반복되면서 표심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단순 실수가 아니라 민심과 동떨어진 안이한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당 대표 출신인 송영길 인천 연수갑 후보는 “지도부는 후보자를 띄워주기 위해 가는 건데 자기가 주인공이 돼서는 안 된다”며 자중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10일 열린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뜨겁게 현장 속으로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압승으로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공허한 약속에 지나지 않으려면 히말라야산맥의 의미를 곱씹어야 한다. 바닥을 떠받치는 힘이 약해지면 아무리 높아 보이는 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도 다르지 않다. 선거는 상대를 심판하는 것에 앞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민주당을 지탱해 온 보이지 않는 히말라야산맥, 바닥 민심을 살피는 것이 집권 여당으로서 우선해야 할 책무일지 모른다.
정치부 노해철 기자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558개
-
813개
-
2,119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