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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돈 당장 옮기세요” 미토스 등장에 커지는 해킹 공포[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해킹 확산하자 은행 저축 계좌 개설 권유

계좌 몰래 훔쳐 돈 빼내는 사기 피해 확산

미토스 등장 이후 은행권 해킹 공포 고조돼

미 재무장관 “국민들, AI 계좌 해킹 걱정해야”

입력 2026-05-13 06:18

해킹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해킹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고객님, 요즘 계좌 해킹이 심각해요. 돈을 다 일반 계좌에 넣고 계시면 어떻게 해요. 2000~3000달러(298만~447만 원)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다 저축 계좌(savings account)에 넣으세요. 일반 계좌가 해킹 당해도 저축 계좌에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저축 계좌에 넣었다가 언제든 다시 일반 계좌로 이체할 수 있습니다. ”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한 은행 지점. 계좌를 조회한 상담원이 대뜸 놀라며 저축 계좌 개설을 권유했다. 은행 방문 목적은 카드 발급이었지만 상담원은 개인 계좌 해킹이 심각하다며 저축 계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해킹이 흔한 일인지 묻자 상담원은 “요즘 해킹됐다는 고객 신고가 자주 있다”고 답했다. 신고 사례 중에는 편의점에서 소액 결제 후 계좌 잔액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해킹 피해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은행들이 일반 계좌보다 높은 저축 계좌 이자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요즘에는 보안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올 들어 인공지능(AI) 붐으로 기술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은 은행 저축보다 증시 투자를 선호했고, 저축 계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해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정 기간 수수료를 면제하며 저축 계좌 개설을 권장하는 모습이다.

실제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해킹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2일에는 남편 휴대전화가 해킹당해 계좌에 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보안이 약한 네트워크를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다. 계좌에서 5000달러가 인출돼 이체됐다. 해커가 더 큰 금액을 시도하기 전에 30센트씩 주고받으며 테스트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웰스파고에 연락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물으며 초조해했다.

금융 해킹 피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은행들의 골칫거리였다. 은행들은 해킹 피해 예방책은 △은행 계좌 수시 확인 △수상한 이메일 차단 △어려운 비밀번호 사용 △알림 설정 △업데이트 최신화 △공용 네트워크 사용 주의 △수상한 청구 내역 발견 시 즉시 은행 신고 △개인 정보 공유 금지 등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해킹 수법이 치밀해지고 진화하면서 이 같은 대비책도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저축 계좌 개설도 일반 당좌 계좌보다는 보안에 이점이 있지만 온라인 뱅킹으로 연결돼 있어 완전한 해킹 대비책이 될 수는 없다.

최근 미국 은행과 고객들이 해킹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미토스’ 등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토스는 앤스로픽이 지난달 공개한 AI 모델이다. 미토스는 27년 동안 알아내지 못한 버그(소프트웨어 결함)를 찾아낼 만큼 보안에서 역대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해킹에 악용될 경우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과 시스템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에서 앤스로픽은 일부 정부 기관과 대형 은행 등에만 제한적으로 미토스 프리뷰(미리 보기)를 제공했다. 조만간 오픈AI 등 경쟁사들도 미토스급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AI 규제에 부정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AI 사전 검증제를 추진하는 배경도 미토스 파장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도 미토스 파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AI의 계좌 해킹 걱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걱정해야 한다”고 답하며 앞으로 미토스급 모델이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과 기술 기업들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금융 행사에서 고도화된 AI 모델이 급속도로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다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Look을 구독하시면 실리콘밸리 기술·투자·창업 정보는 물론 재미있는 읽을거리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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