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KDI 경기 판단 상향…고유가·소비심리는 ‘복병’
■경제동향 5월호
4월 수출 48%·반도체 173% 급증
소비자심리 107→99로 기준선 하회
건설투자 감소·청년 고용 부진 지속
입력 2026-05-13 06:33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1월부터 유지해온 ‘완만한 경기 개선’이라는 표현을 이번 달 ‘회복세’로 끌어올리며 경기 인식을 공식적으로 한 단계 상향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급등과 내수 개선이 동반된 결과지만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중동 전쟁이 물가와 심리 지표를 통해 실물경제를 잠식하고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내놨다.
KDI는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수출이 대폭 증가하는 가운데 서비스업도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은 ICT 품목이 전면에서 증가세를 주도했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급증했으며 AI 관련 수요 호조에 힘입어 반도체(173.5%)와 컴퓨터(515.8%)가 대폭 늘었다. 1분기 실질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율도 26.4%로 4분기(5.5%)에서 반등했다.
생산 지표도 힘을 보탰다. 3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해 전월(0.1%)에서 크게 개선됐다. 조업일수가 전월(-3일)에서 +1일로 늘어난 영향도 있었으나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도 0.3% 증가해 기조적인 개선 흐름이 확인됐다. 서비스업생산(5.1%)은 금융·보험업(12.7%)과 운수·창고업(6.6%) 반등이 이끌었고 광공업생산(3.6%)은 반도체(9.9%)가 견인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4.4%에서 74.8%로 올랐고 재고율은 98.5%에서 93.4%로 내려앉아 제조업 경기 개선을 뒷받침했다.
내수에서는 소비와 설비투자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3월 소매판매액은 5.0% 늘어 전월(4.3%)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내구재(-8.3%→15.0%) 급증이 전체 소매판매를 끌어올렸다. 설비투자지수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일시 조정됐음에도 운송장비 급증에 힘입어 9.2% 증가해 전월(6.2%)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4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이 55.5%로 큰 폭 늘어난 만큼 반도체 관련 투자 호조도 이어질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노동시장도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갔다. 3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만6000명 증가해 전월(23만4000명)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15~64세 계절조정 고용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오른 70.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30대·40대 여성 고용률이 각각 1.3%포인트, 1.9%포인트 상승하며 전체 고용률 개선을 주도한 반면 15~29세는 남녀 모두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하며 청년층 부진이 지속됐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남긴 자국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4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21.9%) 급등 영향으로 2.6%를 기록해 전월(2.2%)을 웃돌았다.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배럴당 68.4달러에서 3월 128.5달러로 치솟았다가 4월 105.7달러로 내렸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확대와 석유 최고가격제가 상승 폭을 일부 눌렀지만 국제항공료(15.9%) 등 유가에 민감한 비석유류 품목에서도 오름세가 확대됐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동일한 2.2%에 머물렀으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월 2.6%→3월 2.7%→4월 2.9%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을 KDI는 우려했다. 유가 충격이 아직 근원물가에 뚜렷이 파급되지 않았으나 기대인플레이션을 통해 서서히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소비자심리도 꺾였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전월(107.0)에서 7.8포인트 급락해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수도권 매매가격 상승폭이 0.42%에서 0.27%로 둔화된 반면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폭은 나란히 확대됐다. 수도권 전세 상승률은 0.31%에서 0.41%로, 월세는 0.33%에서 0.41%로 올랐다. 3월 누계 주택준공(5만7000호)이 최근 3년 평균(9만9000호)을 크게 밑돌아 공급 우려는 지속됐다.
금융시장은 중동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떠받치며 전월보다 안정됐다. 코스피는 4월 말 6598.9로 전월 말(5052.5) 대비 큰 폭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1483.3원으로 전월 말(1530.1원)보다 하락했다. CDS 프리미엄도 3월 말 35.1bp에서 4월 말 28.8bp로 소폭 낮아졌다.
KDI는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반도체 이외 업종의 설비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건설비용 상승이 이미 부진한 건설투자 회복을 한층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관들은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낮은 3% 내외로 예상하면서 중동 전쟁과 고유가 장기화 시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2,054개
-
375개
-
177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