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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신소재 개발 앞당길 ‘마법의 화학 조립법’ 탄생…4개 화합물 한 번에 잇는다

UNIST·DGIST, 4개 화학 성분 한 번에 연결하는 ‘라디칼 릴레이’ 화학 합성법 개발

저분자 약물과 고분자 플라스틱 합성의 중간 영역 개척…신약·첨단소재 핵심 기술

입력 2026-05-13 10:39

4성분 결합 반응 개념도. 연구그림=UNIST
4성분 결합 반응 개념도. 연구그림=UNIST

신약이나 첨단 신소재 제작에 필수적인 복잡한 유기 화합물을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단숨에 합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했다. 단 한 번의 공정만으로 4개 이상의 서로 다른 물질을 원하는 순서와 위치에 정확하게 이어 붙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성과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의 홍성유, 로드 얀우브(Jan-Uwe Rohde) 교수팀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서상원, 정병혁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니켈 촉매’를 바탕으로 4종의 화합물을 단일 반응으로 정밀하게 결합하는 새로운 합성 기법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그동안 화학 합성 분야에서 2~3개의 물질을 연결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4개 이상의 다중 결합은 난제로 꼽혔다. 화학 반응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아 원치 않는 불순물이 대량으로 섞여 나오거나, 화합물들이 플라스틱처럼 무한대로 엮여버리는 고분자 중합 현상이 발생하기 일쑤였다.

연구진은 반응성이 극도로 높은 특수 물질인 ‘라디칼(Radical)’의 성질을 교묘하게 설계해 이 한계를 극복했다. 라디칼이 전자를 좋아하는 성질(친전자성)과 원자핵을 좋아하는 성질(친핵성)을 번갈아 띠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 원리를 통해 앞선 반응에서 만들어진 라디칼이 다음 결합 대상을 결정하게 되며, 마치 육상 이어달리기에서 바통을 순서대로 넘겨주듯 분자들을 정해진 위치에 차례차례 조립해 나간다.

여기서 핵심적인 통제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니켈 촉매’다. 니켈 촉매는 최초의 라디칼을 생성해 전체 반응의 포문을 열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라디칼을 선택적으로 낚아채 결합을 종료시킨다. 덕분에 반응이 무한정 길어지거나 엉뚱한 부산물이 생기는 것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이 합성법을 적용하면 알킬 할로겐화물, 알켄, 1,3-엔아인, 아릴 할로겐화물 등 4가지 화합물이 차례대로 맞물리게 된다. 또한 알켄의 농도를 높게 조절할 경우 알켄이 두 차례 반응에 개입하게 돼, 총 5개의 화합물 분자를 한 줄로 잇는 기술로도 확장 가능하다.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전지환, 김다혜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팀은 “그동안 화학 합성은 의약품용 정밀 저분자 합성과 플라스틱 같은 고분자 합성으로 엄격히 나뉘어 발전해 왔다”며 “이번 성과는 두 분야의 경계에서 여러 성분을 순서대로 엮어내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 학술적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홍성유 교수는 “향후 복잡한 구조의 신약 후보 물질을 설계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신소재를 개발할 때 핵심 기반 기술로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의 집단연구 ERC과제(미세플라스틱 대응 화공·바이오 융합 공정 연구센터) 및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9일 세계적인 자연과학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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