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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냐 삼촌, 현대인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

첫 연극 무대 이서진·고아성 간담회

“매일 새로운 무대, 연극만의 매력”

입력 2026-05-13 16:03

지면 29면
바냐삼촌 출연 중인 고아성(왼쪽)과 이서진 /제공 LG아트센터
바냐삼촌 출연 중인 고아성(왼쪽)과 이서진 /제공 LG아트센터

“매일매일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연극의 매력입니다.”

연극 ‘바냐 삼촌’으로 첫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이 13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한 이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을 손상규 연출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극 중 바냐는 죽은 여동생의 남편인 교수를 위해 조카 소냐와 함께 평생 영지를 관리하며 헌신적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삶의 허무와 좌절 속에서 억눌러온 분노를 터트린다. 이서진이 바냐를, 고아성이 소냐를 맡았다.

지난 7일 개막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두 배우는 긴장 속에서 무대에 몰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서진은 “아침에 눈을 뜨면 대사부터 중얼거리기 시작한다”며 “대사를 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면 입이 저절로 움직일 정도”라고 말했다. 고아성 역시 “독백 대사로 잠꼬대를 할 정도로 작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연극의 생생한 현장성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이서진은 “긴장감을 안고 매일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연극의 매력”이라며 “하루하루 공연이 달라지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고아성도 “관객과 함께 무대를 완성해간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했다.

19세기 말에 쓰인 작품이지만 오늘날 관객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준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이서진은 “바냐뿐 아니라 작품 속 모든 인물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서로 상처를 주고 갈등하지만 모두의 입장이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장면은 소냐가 바냐에게 위로를 건네는 마지막 독백이다. 고아성은 “원작보다 더 다정한 말들로 각색됐다”며 “어딘가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다정함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평생 진정한 위로를 받아본 적 없는 바냐가 소냐의 진심 어린 위로에 무장해제되는 장면”이라며 “리허설 때도 오열했는데 지금도 무대에서 매번 눈물을 흘린다”고 털어놨다.

주변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서진은 “나영석 PD가 오래된 희곡이라 지루할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하더라”며 “응원 선물로 보드카도 보내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극 중 인물이 러시아를 배경으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배우들이 보드카를 마셔본 적이 없다고 하자 나PD가 선물로 보내줬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서진은 앞서 이번 작품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극”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고 말하면서도 연극 ‘에쿠우스’를 인상 깊게 봤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도 연극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계속 고사했다”며 “다만 ‘에쿠우스’를 워낙 좋아해서 여러 배우들의 공연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서로를 향한 덕담도 오갔다. 고아성은 “이서진 선배님이 앞으로도 연극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서진은 “내 목표는 이번 작품으로 고아성 배우가 연극상을 타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공연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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