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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지나도 재발” 유방암 완치 향한 마지막 퍼즐

■ 박인혜 고려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

부동의 여성암 1위 유방암…40~50대 젊은 여성 위협

조기 유방암 5년 생존율 90% 넘지만 재발 위험 높아

5년 이후 ‘지연 재발’ 흔한데 원격 전이 땐 생존율 급감

수술 이후 호르몬요법·표적치료 병행 시 재발 위험 낮춰

적극적인 재발 방지 치료 필요하지만 비싼 약값이 허들

수정 2026-05-15 23:51

입력 2026-05-15 14:00

지면 19면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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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칠 때가 많아요. 눈을 딱 감고 치료를 받아볼까 싶다가도 약값을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안 나네요.”

이달 초 고려대구로병원 외래진료실에서 만난 이 모(36) 씨는 “아이가 아직 어린데 5~10년 이내 재발할 확률이 높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 씨는 작년 이맘때 3기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수용체(HR) 유무와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발현 정도에 따라 여러 아형으로 나뉜다. 이 씨는 HR 양성이면서 HER2 음성인 유형으로 확인됐다. 3개월에 걸친 선행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유방절제술까지 받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치의인 박인혜 고대구로병원 종양과 교수는 “항암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에 도달하진 못했다”며 방사선 치료와 약물치료를 권했다. 조기 유방암의 경우 수술 이후에도 재발 위험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해 수술 후 보조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암 종합 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수술 후 재발 위험이 큰 HR 양성·HER2 음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표준 호르몬 치료에 ‘CDK4·6 억제제’라는 표적치료제를 병용하도록 권고한다. 국내에서도 유방암 수술 후 2~3년간 보조요법을 시행하면 재발률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CDK4·6 억제제 계열 약물 2종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신약의 혜택을 보는 환자들은 극소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질 않아 치료를 마치기까지 총비용이 3000만~4000만 원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HR 양성·HER2 음성인 2·3기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5년 이내 원격 재발하는 비율이 최대 25~30%에 달한다”며 “재발 위험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유방암 신규 환자 수는 2만 9715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21.6%를 차지했다. 2016년 갑상선암을 제치고 여성암 발생 1위에 올라선 이후 최신 통계인 2022년까지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폐경이 되기 전인 40~50대에 많이 진단된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간한 ‘유방암 백서 2024’에 따르면 2021년 기준 40대 신규 발생자가 8589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고 50대(8447명), 60대(5978명), 70대(2611명), 30대(2096명) 순이었다. 미국 등 서구에서 폐경 후 나이가 많을수록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과 대비된다.

폐경 전 유방암은 폐경 후 유방암보다 공격적이면서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에 다니면서 가정을 돌보느라 가장 바쁜 시기에 갑작스럽게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일상이 흔들린다. 다행히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4.7%로 위암(78.6%), 대장암(75.6%), 폐암(42.5%) 등 다른 암종에 비해 높다. 유방암 검진이 확대되면서 조기에 발견되는 비율이 높아진 덕분이다. 문제는 생존율 대비 재발률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2기 유방암 환자의 재발률은 27~37%, 3기 유방암의 경우 46~57%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에선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HR 양성·HER2 음성 유형의 환자가 매년 2만 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그중 2~3기가 35~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약 7000~8,000명의 HR 양성·HER2 음성 조기 유방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받는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재발 고위험군으로 수술 후 보조요법이 필요하다.

박인혜 고려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조기 유방암의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려대구로병원
박인혜 고려대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조기 유방암의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려대구로병원

일반적으로 고형암은 5년 내 재발이나 전이가 없으면 완치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HR 양성 유방암은 5년이 지나도 안심할 수 없다. 박 교수는 “림프절 전이가 4개 이상인 3기 또는 고위험 생물학적 특성을 동반한 환자의 경우 5년 이내 원격 재발률이 25~3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암세포가 호르몬에 의존해 성장하는 특성상 10~20년 후에 재발하는 이른바 ‘지연 재발(late recurrence)’도 흔해 보다 적극적인 재방 방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HR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진단 후 5년이 지나서야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방암이 재발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초기 치료로부터 5년이 지나 유방암이 재발하는 환자의 약 90%가 전이성 또는 4기 단계로 진단된다. 전이성 유방암은 4기 유방암 중 암세포가 뼈, 간, 폐, 림프절, 늑막 등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로 전이가 일어난 상태다. 완치가 어려워 평생 항암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5년 상대 생존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조기 유방암 치료의 성패는 재발률을 줄이는 데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호르몬 치료에 CDK4·6 억제제를 병용하는 보조요법은 원격 재발을 줄여 궁극적으로 완치를 향한 기회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방암이 재발하면 사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하므로 개인은 물론 사회적 비용 부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암 재발을 예방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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