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관세 철폐·백악관 초청까지…고개 숙인 트럼프 vs 어깨 편 시진핑
수정 2026-05-15 06:10
입력 2026-05-15 06:10
※[글로벌 모닝 브리핑]은 서울경제가 전하는 글로벌 소식을 요약해 드립니다.
미중 ‘세기의 악수’ 뒤에 숨은 대만 뇌관...135분 회담의 명과 암
미중 정상이 이란 전쟁과 무역 갈등이라는 격랑 속에서 만나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 수립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양국 관계를 관리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했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수면 아래 흘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약 135분간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취재진에게 “훌륭한 회담이었다”고 자평했고, 시 주석도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틀이 향후 3년 이상 양국 관계의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행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언급하며 “그들은 중국과의 무역과 사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 역시 “미중 경제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윈윈 협력”이라며 화답했습니다. 백악관은 양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불허에도 합의했다고 전해, 중동 현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공조를 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대만 문제에서 분위기는 급변했습니다. 시 주석은 “잘못 처리하면 전면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례적인 수위의 경고를 직접 내놓았습니다. 전날 대만 관련 의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이날 해당 질문에 침묵했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별도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한편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중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역사적 질문”이라 칭하며 협력의 의지를 역설했습니다. 이는 G2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자신감과 함께, 미국의 기술 통제와 견제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시 주석 부부를 오는 9월 24일 백악관으로 공식 초청하며 회담의 문을 닫았습니다.
시진핑의 ‘당근과 채찍’...이란엔 양보하고 대만엔 “충돌” 경고한 속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허에 동의하며, 이란 문제에서 미국에 일부 양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만 경고라는 ‘채찍’을 내세우는 한편 이란 문제에서는 ‘당근’을 건넨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백악관은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 핵무장 저지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시 주석이 해협의 군사화와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이란 문제 관련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해왔지만, 시 주석은 이란과의 관계를 의식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꺼려왔습니다.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졌습니다. 미국은 3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철폐와 엔비디아 H200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 승인을 내놓았고, 중국은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와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를 제시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핵심 산업이 아닌 분야의 약 300억 달러 규모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인공지능 안전 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규칙 수립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국은 대화의 문을 더욱 넓혔습니다. 만찬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두 기치가 양립할 수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부부를 오는 9월 24일 백악관으로 공식 초청했습니다.
다만 대만 문제에서는 입장 차가 뚜렷했습니다. 백악관 발표문에서 대만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반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잘못 처리하면 전면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회담 직전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압박하면서도, 회담 후에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머스크·젠슨황·팀쿡, 시진핑과 별도 회동...미중 경제협력 가교 자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찾은 미국 재계 거물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회동하며 미중 경제 협력의 물꼬를 트는 가교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무역 전쟁의 최전선에 선 기업인들이 지정학적 갈등의 희생양 대신 협력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팀 쿡 애플 CEO가 시 주석과 별도 회동을 가졌습니다. 머스크 CEO는 기자단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많은 좋은 일이 있었다”고 밝혔고,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훌륭한 관계를 기반으로 미중 관계를 개선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퇴임을 앞둔 쿡 CEO도 브이(V) 사인과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성과에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이번 방중단의 면면은 ‘매머드급’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화려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 등 금융계 거물과 함께, 항공기 수출의 핵심인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 곡물 분야의 브라이언 사이크스 카길 CEO도 동행했습니다. 특히 2023년 중국이 주요 인프라에 자사 반도체 사용을 금지했던 마이크론의 산자이 메로트라 CEO도 명단에 포함돼, 중국의 입장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각 기업의 이해관계도 뚜렷이 엿보였습니다.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며 완전자율주행(FSD) 기술 도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 주요 기업들에 대한 H200 칩 수출 승인을 얻어냈고, 보잉과 카길은 각각 항공기와 농산물 수출 확대라는 실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들 기업인은 무역 전쟁의 여파에 휘말린 산업계를 대표하며 지정학적 공방의 희생양보다 심층적인 관계를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과소비’ 미국 vs ‘과소 소비’ 중국...관세 전쟁이 풀 수 없는 구조적 함정
미국의 관세 압박이 극에 달했던 미중 무역 전쟁이 1년여를 지나며 일정한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의 뿌리는 건드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과소비’ 미국과 ‘과소 소비’ 중국이라는 구조적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전년 대비 30%, 대중 수출액은 26% 각각 감소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무역 전쟁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미국 수입 품목 1만 9천여 개를 분석한 결과, 중국산 수입이 급감한 상위 100개 품목 중 80%를 베트남산과 인도산이 채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헌터 클라크 경제정책 고문은 “대중 무역적자는 표면적으로 줄었지만, 전체 무역적자 규모는 유지됐다”며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물량이 동남아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재편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도 이 기간 수출 다변화로 위기를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 줄었지만, 아세안과 아프리카 수출은 각각 13%, 26% 늘었습니다. 지난해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도 이런 밀어내기식 수출의 결과로 풀이됩니다.
양국의 경제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무역 불균형 해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미국은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68%를 차지하는 소비 주도형 경제인 반면, 중국은 소비 비중이 약 39%에 불과한 수출 의존형 구조에 갇혀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1년 만에 0.8%포인트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지난해 미국 상품 무역적자는 1조 2309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꺾이지 않은 셈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과소비라면 중국은 과소 소비”라며 이것이 관세 전쟁을 벌여도 무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구조적 이유라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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