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상화폐 ‘합종연횡’, 현실 못 따라가는 법제도
입력 2026-05-16 00:02
금융사와 가상화폐 기업 간 ‘디지털 합종연횡’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나은행은 15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가상화폐 기업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양 사의 ‘디지털 동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인프라 등 첨단 금융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이자 따먹기’ 경영 모델로는 첨단 금융·투자 기법을 앞세운 글로벌 대형 금융사에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묻어 있다.
더 주목되는 것은 두나무가 추진 중인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기업결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나면 하나은행의 전통 금융과 두나무의 가상화폐 인프라, 네이버의 결제 기술을 아우르는 거대한 금융 생태계가 구축된다. 다른 금융사들도 분주하다. 앞서 미래에셋그룹이 가상화폐거래소 코빗 지분 92%를 인수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은행·증권·핀테크·가상화폐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법제도는 이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들에 금융 혁신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디지털 대전환을 뒷받침할 정책과 입법은 ‘나 몰라라’하고 있다. 가상화폐 제도화를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논의 자체가 중단된 채 감감무소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법제화 논의도 발행 주체부터 자기자본 요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쟁점이 산적한 가운데 여야 간 조율 실패와 부처 간 주도권 다툼으로 마냥 표류하고 있다.
우리가 정책 공백에 발목 잡힌 사이 주요국들은 금융 혁신을 위한 제도 정비를 착착 진행 중이다. 미국 상원은 가상화폐 전반의 법적 지위와 규정을 정비한 ‘클래러티 법’을 통과시켰다. 일본과 유럽은 이미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K금융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당정은 하루라도 빨리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처리하고 관련 제도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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