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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흉기범 잡으라니”… 경찰청 ‘광주 살인사건’ 대책에 내부선 “무기나 지급해라”

테이저건 고사하고 삼단봉도 없어

빨간 ‘불봉’ 들고 순찰나가기 일쑤

警, ‘장윤기 사건’ 이후 대책 발표

순찰강화·검문검색 등 내용 포함

내부서는 “순찰강화 현실성 없다”

경찰이 다 떠안는다는 구조 문제도

흉기 소지자 마주치면 맨손 대응

수정 2026-05-17 16:53

입력 2026-05-17 12:00

경찰관들이 청소년 비행 예방을 위해 합동 순찰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관들이 청소년 비행 예방을 위해 합동 순찰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광봉으로 칼 든 사람을 어떻게 제압합니까.”

민생 치안을 위한 순찰 활동이나 교통 단속, 중요 수배자 수색에 투입돼 근무에 나서는 서울의 한 기동대 소속 경찰관 A 씨의 손에는 ‘불봉’으로 불리는 붉은색 LED 경광봉 하나 뿐이었다. A 씨와 그의 동료들에게는 테이저건은 고사하고 흔한 삼단봉이나 수갑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고된 업무를 매일같이 수행하고 있지만 지급되는 호신용품은 사실상 없다.

A 씨는 “지역이나 부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삼단봉과 수갑조차 개인지급이 아닌 팀당 1개씩 보급받는 경우가 흔다”라며 “순찰 활동이야 그렇다 쳐도 중요 범인을 수색할 때는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호신용품이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중범죄자가 흉기를 들고 덤비면 맨몸 경찰관은 속수무책”이고 덧붙였다.

광주 여고생 흉기 살해 사건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경찰청이 순찰과 검문검색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거다. 정작 순찰에 나서는 경찰관에게 기본 호신용품조차 지급하지 않으면서 검문검색 강화부터 외친다는 것이다.

‘서울역에서 24일 칼부림을 할 것이고 5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허위 신고가 들어온 직후 경찰이 서울역에서 순찰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역에서 24일 칼부림을 할 것이고 5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허위 신고가 들어온 직후 경찰이 서울역에서 순찰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달 5일 장윤기가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 앞 대로변 인도에서 공부를 끝내고 귀가하던 A(17) 양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사건 발생 3일 만에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이 내놓은 핵심 대책은 ‘검문 검색’이다. 경찰은 흉기 소지 의심자나 거동 수상자에 대해 검문검색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중협박이나 공공장소 흉기소지로 112 신고가 접수됐을 때는 긴급 상황인 코드0또는 코드1을 발령하고, 중요 사건의 경우 경찰서장이 현장에 직접 출동해 지휘하도록 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본적인 무기도 지급받지 못하고 흉기 소지 의심자에 대한 검문·검색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라는 것이다. 각 시도청이나 개별 단마다 무기 지급 여부나 갯수 등에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경광봉을 제외하고 무기를 소지하지 못한 채 현장으로 투입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그래도 검문·검색에 대한 국민 감정상 인식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호신용품 없이 섣불리 거동 수상자에게 접근했다가는 경찰이 되레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경찰관은 “무기 없이 돌아다니는 경찰은 근무복 입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사실상 걸어다니는 CCTV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검문·검색이 가능한 범위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오히려 경찰이 온갖 혐의로 고소를 당할 위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경찰관은 “지금도 검문·검색을 할 때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구걸하다시피 신분증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며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을 현장에 출동시킨다는데, 이 또한 경찰서장과 지구대·파출소, 기동대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흉기소지 관련 코드0 발령 대책에 대해서도 “이미 유사한 신고가 접수되면 코드0로 최우선 출동 중이다. 이게 진정 국민의 안전을 위해 내놓은 대책인지, 이번 (광주 흉기 살인) 사건으로 불안해진 사람들을 잠깐 달래려는 미봉책인지 분간이 안간다”고 지적했다.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의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살인 예고 게시글이 이어지자 경찰이 야구장을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의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인터넷에 살인 예고 게시글이 이어지자 경찰이 야구장을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다른 대책인 순찰 강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지역경찰·광역예방순찰대·민생치안 전담 기동대 등 인력을 활용하고 자율방범대 및 민간경비업체와 협력해 CCTV 사각지대 등 인적이 드문 장소를 집중적으로 순찰하기로 했다. 고위험 정신 질환자에 대한 사전 조치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율방범대와의 협업이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경찰관은 “3년 전부터 자율방범대를 이곳저곳에 투입하고 있는데, 구성원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나 지역 영업직들이다”라며 “순찰 개념이라고 해도 진짜 흉기난동자를 이들이 마주친다면 오히려 피해자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업무 범위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정신 질환자 대응과 관련이 있는 유관부서들이 사안에 손을 놓으면서 생기는 공백을 경찰이 모두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가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자살 시도자가 투신을 하겠다며 대치를 하는 상황을 예방해야 하는 주무부처는 복지부다. 그러나 정작 실제 자살 시도자 대치 현장 등에 주무부처 소속 전문가들은 대부분 나오지 않는다. 전문적인 설득과 인계·상담이 연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경찰이 신고 접수, 출동, 설득, 구조, 보호, 인계 등 모든 단계를 소화한다. 한 일선 경찰관은 “정신 질환자와 관련한 문제 처리를 경찰이 모두 하는 것이 문제”라며 “법무부나 보건복지부에서 고위험 대상자들을 관리하고 경찰은 사건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경찰이 다 떠안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으로 조명된 흉기 난동 사례뿐만 아니라 평상시 집회·시위 때도 경찰에게 호신용품이나 무기를 지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 씨는 “현재 기동대는 정치적 대립이 심해진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정치적 테러나 흉기 난동이 벌어져도 막기 힘들다”라며 “간혹 ‘경찰 버스에 있는 장봉이나 단봉을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플라스틱 재질이라 비무장 범죄자 제압은 가능해도 흉기나 둔기를 든 사람과 몸싸움이 벌어지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현재까지 경찰을 향한 별다른 테러가 발생한 적이 없어 전·의경에게 무기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경찰 직원들까지 번진 것 같은데, 이는 일종의 안전불감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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