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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포커스] 크로아티아, 유럽의 전략 허브로

■이승범 주크로아티아대사

유럽 물류·에너지·산업 거점 부상

방산 강화 속 SMR 도입 논의 활발

韓 미래지향적 파트너 될 수 있어

수정 2026-05-18 05:00

입력 2026-05-18 05:00

지면 29면

빨간 체크무늬 유니폼의 축구 강국. 전설의 UFC 파이터 크로캅(본명 ‘미르코 필리포비치’)의 나라. 2013년 국내 리얼리티쇼 ‘꽃보다 누나’ 촬영지….

크로아티아는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유럽 관광지 중 한 곳이다. 관광 대국 크로아티아가 요즘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도를 보면 크로아티아는 유럽의 남동부에서 발칸반도와 중부 유럽,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교차로에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발판으로 크로아티아는 유럽의 물류와 에너지, 그리고 새로운 산업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2013년 뒤늦게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현재 EU 회원국 중에서는 막내인 셈이다. 3년 전 유로화를 도입했고 솅겐 조약 가입으로 역내 물류와 인적자원 이동량이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 1990년대 유고 내전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EU의 일원으로 선진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있다. 특히 한국의 인천항 격인 리예카 항만은 지중해로부터 중·동유럽 내륙과 가장 짧은 거리로 연결되는 해상 관문으로, 최근 인프라 확충으로 물류 효율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동유럽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도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물류 최적화를 위한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허브로서 크로아티아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다. 크르크섬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은 미국산 LNG가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과 유럽에 이곳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현재 미국은 이 LNG 가스관을 남쪽으로도 확장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까지 연결하려 한다. 발칸반도는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힘이 교차하며 비극적 전쟁이 자주 발생했던 지역이다. 미국의 가스관 연결 사업은 에너지 수출 이상으로 발칸에 대한 지정학적 전략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점이 바로 크로아티아라고 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는 혁신적 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기차 기술을 선도하는 리마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인포빕을 비롯해 사이버 보안의 레버싱랩스, 인공지능(AI) 기반 기업 미크로블링크 등 주요 기업은 혁신 국가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지만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모습은 한국과도 닮았다.

최근에는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논의도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크로아티아가 유럽 전반의 안보 강화 분위기와 에너지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한편 한국·크로아티아 간 협력의 잠재력도 향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로아티아는 아직 완성된 경제 강국은 아니지만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럽 통합을 바탕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리적 이점과 새로운 산업을 통해 성장 동력을 찾아가는 중이다. 크로아티아는 한국에 틈새시장이자 미래지향적 파트너로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이 나라가 보여줄 다음 단계의 도약을 함께 지켜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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