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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자산 초양극화 시대, 모두가 자본가 돼야

월가·빅테크 리더들, 밀컨 콘퍼런스서

‘AI 소외’ 개인들 투자 참여 방법 고민

노동으로는 금융 수익 점점 못 따라가

소득계층·업종·국가간 격차 급속 확대

자본 관점 전환 등 사회적 합의 추진해야

입력 2026-05-17 17:44

지면 30면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6’에서 AI 투자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윤경환 특파원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6’에서 AI 투자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윤경환 특파원

“가장 나쁜 금융 결정 가운데 하나가 돈을 은행 계좌에만 넣어두는 것입니다. 임금은 인공지능(AI)의 성장 잠재력만큼 빠르게 오르지 못할 것이기에 자본을 투자한 사람만 더욱 경제적 성공을 누릴 거예요.”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개인투자자들도 서둘러 AI 자본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AI 대투자 시대에 소외될 개인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는 핑크 CEO뿐이 아니었다. 제니 존슨 프랭클린템플턴 CEO는 “사모대출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이 빈번한 소송 탓에 위축될 수 있다”고 걱정했고 뉴욕멜런은행(BNY)의 로빈 빈스 CEO는 “기업 성장에 발맞춰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저축률이 매우 낮은 저소득 소수인종조차 최대한의 투자로 부를 쌓게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고 브래드 거스트너 알티미터캐피털 CEO 역시 “국민의 60~70%가 주주로서 미국의 성장에 자동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AI 투자=성공’이라는 전제가 맞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월가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 리더들의 문제의식만큼은 예외 없이 같았다. 노동의 가치는 저물고 자본의 수익성만 높아지는 AI 시대가 이어질수록 미국인 간 자산 양극화는 점점 더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일만 하느라 AI 투자에 머뭇거린 근로자 입장에서는 등골이 서늘해질 발언이었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중동 전쟁 와중에도 AI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쉬지 않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미국 가구는 87%가 주식을 보유한 반면 5만 달러 미만 가구는 28%만 증시에 발을 담갔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미국인 상위 10%가 주식 총액의 87.2%를 보유하고 있고 하위 50%는 1.1%만 소유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퇴직연금 운용 사업자들에게 대체자산 상품 편입의 길을 터준 정책에도 AI 투자에 대한 저소득층의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계산이 깔렸다.

AI로 촉발된 자산 양극화는 주식시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산업별로도 AI 연관성에 따라 이익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는 최근 회사 이익을 성과급으로 더 나눠 달라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다수 국민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모바일·가전사업부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메타의 디나 파월 매코믹 부회장은 밀컨 컨퍼런스에서 “AI를 활용하는 미국 기업들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그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AI 불평등은 국가 간 현상이기도 하다. 유엔은 지난해 전 세계 기업 AI 연구개발 지출의 40%가 미국과 중국의 100개 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보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절반 이상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만 쏠려 있다고 지적했고 유엔개발계획(UNDP)은 AI 기술이 산업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글로벌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발전에 따른 이익 양극화는 어쩌면 지금이 겨우 시작 단계일 수 있다. 월가 저명 인사들의 말처럼 그 수준이 앞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공산이 크기에 한국도 이제 양극화 해소 방안을 국가적 과제로서 다뤄야 한다. 11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뜬금없이 제안한 ‘AI 초과이윤 국민배당금’도 아마 같은 고뇌에서 비롯된 과격한 아이디어일 게다. 다만 지금은 ‘근면’과 ‘성실’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미덕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걸맞은 투자·자산 형성의 가치를 전 국민이 자율적으로 체화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AI가 만들어낼 과실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도록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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