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달리더니…술 덜 깨고 ‘아찔한 酒行’
코로나 이후 숙취운전 적발 급상승
지난해 1만 1816건…3년째 1만건
2명 중 1명 꼴로 ‘면허 취소’ 수준
판단력 저하·졸음운전 사고위험↑
수정 2026-05-17 23:41
입력 2026-05-17 17:47
올 3월 직장인 A 씨는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출근 시간대 진행된 경찰의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술을 마신 적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던 A 씨는 경찰이 “채혈 검사하면 다 나온다”며 거듭 추궁하자 전날 음주 사실을 털어놨다. 자택에서 학교 앞까지 약 900m를 주행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5%로 100일간의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지난달에는 충북경찰청 소속 B 경정이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골목길에서 오전 7시께 술이 덜 깬 상태로 운전하다 차량 6대를 들이받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전날 마신 술이 채 깨지 않은 상태로 아침 출근 시간대 운전대를 잡는 이른바 ‘숙취 운전’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발된 운전자의 절반 이상이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집계돼 출근길 도로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최근 6년간(2020~2025년)의 숙취 운전 적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오전 7시부터 정오 사이 숙취 운전 적발 건수는 총 1만 1816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식과 외부 활동 등이 크게 줄었던 2021년의 6522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81.2% 폭증했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숙취 운전의 증가세가 한층 눈에 띈다. 2020년 9710건이었던 숙취 운전 적발 건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 등으로 2021년 6522건으로 감소했다가 관련 규제가 완화된 2022년에는 9170건으로 높아졌다. 이후 2023년에는 1만 1676건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24년(1만 1556건)과 2025년(1만 1816건) 등 3년 연속 1만 건대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적발 건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혈중알코올농도 기준 음주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적발된 숙취 운전자들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면허취소 수치인 농도 0.08% 이상인 경우가 6071건, 측정 거부가 196건에 달했다. 숙취 운전자 2명 중 1명은 사실상 만취 상태로 아침 도로를 질주한 셈이다.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도 5549건에 달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의 숙취 운전 적발 건수가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인구 대비 건수도 높았다. 지난해 기준 경기남부청 관내에서만 2682건의 숙취 운전이 적발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숙취 운전자를 적발했으며 이어 서울청(1510건)과 경남청(885건), 경기북부청(757건) 순이었다.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제주도의 경우 2021년 189건에서 지난해 512건으로 171% 급증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고 의원은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숙취 운전으로 이어져 무고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며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음주 단속 강화와 시민 의식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이 ‘잠을 잤으니 술이 깼을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으로 운전대를 잡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현행 음주운전 단속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일반 성인 남성 기준 소주 1~2잔 수준만으로도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김태완 한국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안전교육부 교수는 “많은 운전자들이 ‘충분히 잤으니 술이 다 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숙취 상태에서는 판단력 저하뿐 아니라 졸음 운전 위험까지 겹치기 때문에 과음한 다음 날은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시민 상당수는 0.03%가 어느 정도인지 인식조차 없다”며 “술을 조금만 마셔도 체내에 수치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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