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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실용적인 ‘대중(對中) 외교’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방중때 習에 보기 드문 친밀감 강조

경제 대국과 단절 아닌 협력이 필요

‘경쟁 관리하는’ 외교정책 이치에 맞아

수정 2026-05-19 05:00

입력 2026-05-19 05:00

지면 31면

그린란드 점령과 캐나다에 대한 합병 위협, 일방적인 관세 인상과 이란 전쟁의 대참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무모하고 혼란스럽고 심각할 정도로 불안정했다. 그러나 미중 관계에서만큼은 올바른 정책을 펴는 것으로 판명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상호작용에서 평소 보기 드문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정중하고 경의를 표하는 듯했으며 시 주석과의 개인적인 친밀감을 강조하고자 애썼다. 반면 시 주석은 격식을 차리고 절제된 태도를 유지했으며 결코 특별히 따뜻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에 집착한다. 그는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지배력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그가 유럽 동맹국들을 모욕하는 것은 그들이 미국의 군사적 보호와 미국 시장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워싱턴 정가의 많은 이들이 여전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사실을 그는 깨닫게 했다. 바로 중국 정부가 경제적·기술적·산업적·군사적으로 엄청난 자체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대적 태도에서 벗어나 경쟁과 협력의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미중 관계에서 요구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과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 회담을 비교해보라. 당시 미국은 인권, 사이버 공격, 국제 질서 문제로 TV 중계 카메라 앞에서 중국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중국 외교관들도 화를 내며 똑같이 대응했다. 그것은 진지한 외교적 교류라기보다는 케이블 뉴스 방송의 말싸움에 가까웠다. 많은 중도파 민주당원들은 ‘중국에 유화적’이라는 프레임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극단적인 언어를 택하고 상징적인 대립을 고조시키는 경향이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철폐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관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한 번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고 시 주석을 워싱턴DC로 초대하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무기는 그가 우파로부터 공격받을 일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2016년 대선 이후 제조업 일자리 상실, 무역 불균형, 산업 쇠퇴 원인을 중국 정부 탓으로 돌리며 맹렬히 비난하면서 권력을 잡았다. 어떤 의미에서 트럼프의 행보는 ‘초강경 매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소련 방문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비슷한 태도 전환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지지층이 그가 어디로 이끌든 따라갈 것이라는 믿음에 있다. 그가 군사행동에 대한 지지 신호를 보내자마자 얼마나 많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이 이란 개입에 대한 입장을 신속하게 뒤집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중국에 대한 협력적 접근이 이치에 맞는 것일까. 중국은 소련이 아니기 때문이다. 냉전 말기 소련의 경제 규모는 이탈리아보다도 작았다. 반면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120개국 이상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전기차와 배터리부터 드론, 첨단 제조,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미국과 일본·독일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러한 국가를 상대로 전면적인 냉전을 벌이려는 시도는 세계가 이미 갈라져 있던 시절 소련과의 투쟁과는 다를 것이다. 세계경제 자체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과 공급 충격에 직면할 것이고 미국 기업들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에 대한 접근성을 잃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은 경쟁 관계이다. 양극화된 세계에서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두 나라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경제적·군사적·전략적으로 경쟁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 관계가 완전한 단절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 미중 두 국가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무역과 대화를 이어가야 하며 핵 안정성, AI 안전성, 팬데믹, 금융위기 등 가능한 분야에서는 협력해야 한다. 냉전 시기에 미국과 소련은 관리되지 않은 경쟁이 재앙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이해했기 때문에 군비 통제 회담을 유지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본적인 현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면 적어도 미중 관계에서만큼은 그의 실용주의가 충분히 이치에 맞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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