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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곽병진 회계기준원장 “ESG공시 늦추면 오히려 기업 부담”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장

“스코프3 조기 공시도 검토 가능”

“공시 형태, 법정공시가 바람직”

“통합보고로의 전환 준비할 것”

수정 2026-05-19 08:49

입력 2026-05-18 18:04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회계기준원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회계기준원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금은 지속가능성(ESG) 공시 데이터 관리 역량이나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해야할 때인데 의무화나 유예 시기만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기업에 훨씬 부담이 됩니다.”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회계기준원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해 “ESG 공시 도입을 늦춰서 안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손놓고 있다가 언제 역풍을 맞게 될지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 2월 △2028년 자산총액 30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 △거래소 공시로 시작해 추후 법정 공시 전환 △스코프3(공급망 전반 탄소 배출량) 적용 3년 유예 등을 골자로 한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려 했으나 여당과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기준 강화를 요구하며 최종안 도출은 연기되고 있다.

곽 원장 역시 ESG 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ESG 공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초안보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단계적 의무화 기준을) 자산총액 30조 원에서 더 낮춰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글로벌 주요 투자기관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기후 리스크 대응 역량을 중요한 투자 판단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공시 체계를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 원장은 일각에서 스코프3 적용 유예 기간(3년·2031년부터 적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기업들이 실제로 정보를 산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린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유예 기간은 기업들의 준비 상황과 제도적 여건을 고려한 것”이라며 “공공 배출계수 제공, 업종별 표준 방법론 마련,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관련 인프라 지원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스코프3 정보를 조기에 공시할 수 있는 방향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G 공시 형태에 대해서는 “거래소 공시로 가면 정보의 질이 상대적으로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며 법정 공시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기업 부담을 고려해 세이프 하버(면책) 조항의 디자인을 촘촘히 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곽 원장은 앞으로 기업의 재무와 중장기 가치가 연계된 통합 정보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기업의 ESG 공시 이행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글로벌 재무보고의 패러다임이 ‘재무제표(현재의 정보)’와 ‘지속 가능성 공시(미래)’를 함께 보는 통합 보고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퍼듀대에서 경영학(회계)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공인회계사 자격도 보유한 글로벌 회계 전문가다. 올 3월 제10대 한국회계기준원장에 선임돼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회계기준원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곽병진 한국회계기준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회계기준원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다음은 곽 원장과의 일문일답.

-ESG 공시 의무화 시기와 범위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입장인가?

△ESG 공시는 우리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정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긴 안목을 가지고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글로벌 주요 투자기관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기후 리스크 대응 역량을 중요한 투자 판단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 시장 역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공시 체계를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제도 도입 과정에서는 국내 산업 구조와 기업들의 현실적인 준비 상황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기업별로 공시 데이터 관리 역량이나 공시 인프라 수준에 차이가 있는 만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의 탄소 감축 및 전환금융 활성화 정책과의 연계성, 주요국의 제도 시행 동향, 국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정보 요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금융위원회의 ESG 공시 초안이 국제적 정합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준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투자자 측면에서 생각하면 많은 정보가 빠른 시간 안에 신뢰성 있게 공시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ESG 공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 뿐 아니라 영업비밀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부담이 된다. 그래서 공시 의무화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인프라는 ‘러닝 커브 이펙트(학습곡선 효과)’가 있어서 처음에는 드는 비용이 비싸지만 점차 줄어들기에 추후 소규모 기업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이미 경쟁 국가들에 비해 ESG 공시 의무화를 늦게 시작했다. 국민연금이나 여당 그리고 야당 국회의원들까지 2028년 자산총액 30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부터 시작하는 것은 너무 기준을 완화했다는 말씀을 하신다. 기준을 자산총액 30조 원에서 더 낮춰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겠나.

-스코프3 유예 기간에 대해서도 각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스코프3 공시는 기업의 직접 배출뿐 아니라 원재료 조달, 물류, 제품 사용·폐기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금융위가 로드맵 초안에서 일정 기간(3년) 유예를 둔 것은 기업들의 준비 상황과 제도적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유예기간 자체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시기준을 마련하는 입장에서 보면 스코프3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유예기간을 두는 것에 그치기보다 기업들이 실제로 산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들어 공공 배출계수 제공, 업종별 표준 방법론 마련,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관련 인프라 지원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기업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중요한 스코프3 정보를 보다 조기에 공시할 수 있는 방향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SG공시든 스코프3든) 우리가 안 할 수 있다면 안 할 수 있겠으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으니까 투자를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논의가 늦어지는 게 기업에 훨씬 부담이 된다.

빨리 결정한 뒤 준비를 해보고 너무 힘들 것 같으면 유예를 논의할 수 있으나 처음부터 너무 완화된 기준으로 시작하면 유예하기도 어렵다. 손을 놓고 있다가는 언제 역풍을 맞게 될지 모른다. 준비를 착실하게 해야한다.

국내 ESG 공시 제도화 방안. 금융위원회
국내 ESG 공시 제도화 방안. 금융위원회

-ESG 공시 형태는 거래소 공시와 법정 공시 중 어느 형태가 바람직한가?

△거래소 공시로 가면 정보의 질이 상대적으로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법정 공시로 가면 사업 보고서에 ESG 공시가 들어가고, 궁극적으로는 재무제표에도 반영이 돼 정보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 법정 공시로 통합 보고가 돼야 기업의 미래 정보를 반영하는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의 정보 소스로 이용되기 때문에 이런 쪽(법정공시)로 궁극적으로 가는 게 맞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시 인프라가 잘 안 갖춰져 있는데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한다. 세이프 하버가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세이프 하버 같은 경우도 단순히 세이프 하버를 주겠다가 아니라 어떤 정보에 대해 어디까지 면책을 해주겠다는 등 디자인을 촘촘히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줄곧 앞단에서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에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 18)의 핵심은 손익계산서 구조 개편이다. 오랜 기간 ‘영업이익’ 개념을 사용해온 한국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회계기준원의 역할과 대응 계획이 궁금하다.

△실무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K-IFRS 제1118호에서는 의무적용 이후 3년간(2027년~2029년) 한시적으로 기존에 사용해 온 영업손익을 주석에 병기하여 공시하도록 경과 조치를 뒀다. 2027년부터 의무적용되는 K-IFRS 제1118호의 원활한 실무적용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K-IFRS 제1118호 적용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TF는 작성자, 이용자, 감독기관, 감사인 등 15인으로 구성되며, 접수된 적용 이슈를 논의한 후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제정 의도 확인이 필요한 안건은 IASB 스태프와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견해 차이가 크고 영향이 큰 안건은 질의회신연석회의를 거쳐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TF는 2026년 말까지 운영하되 필요시 2027년 상반기까지 연장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의 분기별 실적 보고 의무를 폐지하고 연 2회 반기 보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규제 유연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격한 주장이다. 지난달 말 호주에서 열린 국제 회계기준제정기구 포럼에 참석했는데 관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이 ‘인베스트 포커스(Invest focus)’였다. 자본시장에서 공시 정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투자적 관점이 중요한데 분기 보고를 없앤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주장이다.

분기보고가 자본시장에서 의미가 없다거나 효과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논의를 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분기 보고가 자본시장에서 정보 효과가 좋았다는 일관된 결과들이 있는데 그것을 뒤집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곽병진 회계기준원장. 성형주 기자 2026.05.14
곽병진 회계기준원장. 성형주 기자 2026.05.14

-앞으로 회계기준원의 중점 과제는 무엇인가?

△세 가지 과제에 무게를 두고 정부 정책 방향에 부응해 나가고자 한다. 첫째, 통합보고 체계로의 전환을 시장과 함께 준비하는 일이다. ESG 공시 로드맵의 최종 모습과는 별개로 분명한 것은 재무보고의 패러다임이 ‘재무제표(현재의 정보)’와 ‘ESG 공시(미래·중장기 가치)’를 함께 보는 통합보고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속가능성 공시는 단순한 ESG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기업 CFO가 책임지고 권한을 갖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회계기준원은 기업 CFO들과의 소통과 교육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

둘째, 국제회계기준(IFRS) 전면 도입의 본래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우리나라가 2011년 IFRS를 전면 도입한 이유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이 자체 제정한 회계기준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각에서 IFRS 일부 조항을 우리 사정에 맞게 수정·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IFRS 전면 도입의 본래 취지와 실익을 약화시킬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은 IFRS를 임의로 수정하기보다는, IASB의 기준 제·개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 우리 의견을 반영시키는 방식으로 풀어 가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셋째, 정부 회계개혁 방향과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기준원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일이다. 회계기준원이 추진하는 ①새로운 회계기준(K-IFRS 제1118호 등)의 원활한 정착, ② ESG 공시 기준의 이행 지원, ③국제 기준 제정 과정에서의 한국 입장 적극 반영, ④ 회계기본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 강화는 모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정부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과제들이다. 정부와 시장 그리고 국제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우리 자본시장의 도약을 뒷받침하는 회계·공시 인프라를 든든히 구축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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