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철거·이주·분양 동시 속도전…‘강북 최대 재개발’ 한남뉴타운 본궤도

■정비사업 현장을 가다-한남뉴타운

3구역 철거 막바지·4구역 조합원 분양

5구역도 14년만에 사업인가에 속도전

1군 건설사 참여 하이엔드 단지 조성

완성땐 1.3만 가구 미니신도시 기대

입력 2026-05-19 07:01

지면 22면
막바지 철거가 진행 중인 한남3구역의 모습.
막바지 철거가 진행 중인 한남3구역의 모습.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를 나와 한강 방향으로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한창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상가들이 텅 비어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문 닫은 점포 유리창마다 ‘점포 정리’ 혹은 ‘이전 위치 안내’ 등의 안내문이 빼곡히 붙었고 한창 이삿짐을 실어나르는 장면도 눈에 띈다. 한때 ‘이태원 엔틱가구거리’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지만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한남뉴타운 2구역에 포함돼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하면서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근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삿짐트럭이 오간다”며 “조합 측은 공식 이주기간 이후 명도 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빠르게 이주를 끝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약 3개월 간의 자진이주기간을 보낸 한남2구역은 이미 이주율 66%를 돌파했다.

한남2구역을 왼편에 두고 보광로를 조금 더 내려가면 높다란 가림막을 치고 한창 철거를 진행 중인 거대한 공사판을 마주하게 된다. 뉴타운 전체 면적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구역이자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한남3구역의 공사 현장이다.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총 5816가구의 매머드급 단지 ‘디에이치 한남’으로 탈바꿈할 이 지역은 가림막 너머로 언뜻 보이는 풍경만 봐도 대부분 건물이 사라졌다. 이르면 이달 말 철거를 마무리해 늦어도 내년에는 착공과 일반분양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이주율 66% 넘어선 한남2구역 모습
이주율 66% 넘어선 한남2구역 모습

3구역의 철거와 2구역의 이주 외에도 한남뉴타운에는 최근 대형 호재가 잇따랐다. 한강변과 길게 맞닿은 입지로 조망·환경까지 모두 갖췄다고 평가받는 한남5구역은 조합설립 이후 14년 만인 지난달 용산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아냈다. 재개발 8부 능선을 넘어선 조합은 곧장 종전자산평가(감정평가) 현장조사에 착수했으며 올해 말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로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같은해 11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한남4구역 역시 최근 감정평가를 마친 후 18일부터 35일 간 조합원 분양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에 배포된 안내 자료에 따르면 전용 84㎡ 기준 조합원 분양가가 26억 원 초반, 113㎡가 33억 원, 135㎡가 42억 원으로 사업시행인가 시점보다 4억~9억 원씩 높아졌다. 한남2구역의 조합원 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19억 원대 후반이었던 점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조합원 분양가는 사업시행인가 당시 기본설계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조합 측은 향후 삼성물산이 제시한 대안설계를 반영해 재분양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대안설계가 반영될 경우 총 가구 수가 2331가구에서 2360가구로 늘어나게 돼 사업성이 개선되고 분양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분양가는 올랐지만 조합원들은 그보다 기대 이상의 감정평가 결과에 고무된 분위기다. 4구역 인근 A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평가 결과가 예측보다 최소 3억~4억 원씩 높게 나왔다는 반응이 있다”며 “한남뉴타운 전구역이 속도를 내면서 매수 문의도 많아졌는데 4구역 감평 결과를 보고 다른 구역 조합원들도 매물을 거두고 다시 가격을 올려잡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중개업소 대표 역시 “84㎡를 분양받을 수 있는 빌라·다세대 매물의 프리미엄이 25억~30억 원 선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막바지 철거가 진행 중인 한남3구역
막바지 철거가 진행 중인 한남3구역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4구역의 경우 지난 달 대지지분 45.9㎡(약 14평)의 소형 단독주택이 33억 원에 거래됐고, 1월 대지면적 26.4㎡(약 8평, 건물 전용 69㎡)의 소형 빌라가 36억 원에 매매됐다. 대지 3.3㎡당 가격이 각각 2억 4000만 원과 4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5구역에서도 4월 대지면적 21.5㎡(약 6.5평) 규모의 다세대 빌라가 32억 원에 매매됐다. 3.3㎡당 가격이 4억 9000여 만원에 이른다. 3월 대지지분 32.6㎡(약 9.8평), 33㎡(약 10평) 빌라가 34억 원과 39억 5000만 원으로, 3.3㎡당 3억 4000만~4억 원선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해 가격이 더 뛰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한남뉴타운은 소형 빌라 투자금만 30억~40억 원에 추가 분담금도 10억 원 이상 들 수 있지만 반포 지역 시세를 볼 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특히 4·5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 데다 한강 조망 가능성이 높아 여전히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아픔을 겪었던 한남1구역도 지난해 3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후 다른 구역을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구역 내 포함된 약 3300㎡ 규모의 외교부 소유 국공유지 처리 문제가 핵심 변수였으나 최근 용산구청과 외교부 등 관계기관의 협의가 긴밀하게 진행되면서 올 하반기 기획안 제출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재개발이 완료될 경우 한남뉴타운은 총 1만 3000여 가구의 ‘미니 신도시’급 주거지로 거듭나게 된다. 2~5구역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 가운데 대우건설·현대건설·삼성물산·DL이앤씨 등 ‘빅5’ 건설사가 하이엔드 브랜드로 참여한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반포 고급주거 지역이 한강 조망과 남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과 달리 한남재개발지구는 남향과 한강뷰를 함께 누릴 수 있는 한국 최고의 입지 중 하나”라며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징적 단지가 될 수 있기에 건설사들도 시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 동측도 꿈틀…유엔사 착공, 수송부·정보사는 대기 중

용산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여 한국의 ‘맨해튼’으로 기대를 모은 용산구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이곳에 들어서는 ‘더파크사이드 스위트’는 서울 고가 오피스텔 시장이 어려운 흐름을 이어가는 와중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엔사 남측의 미군 수송부와 정보사 부지는 아직 반환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 속도가 더디지만 입지 조건이 워낙 탁월해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18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일레븐건설이 시행하는 더파크사이드 서울은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더파크사이드 서울은 용산구 이태원동 22-34번지 일대 유엔사 부지에 들어서는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이다. 총 사업비 11조 원 규모로 아파트 420가구와 오피스텔 775실, 250여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피스텔인 더파크사이드 스위트는 지난해 청약에서 775실 모집에 1296건이 접수돼 평균 1.67대 1, 최고 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일반 주거형 오피스텔이 금리 부담과 대출 규제, 아파트 선호 심화로 얼어붙었음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는 평가다. 특히 최고가 펜트하우스에도 수요가 몰리며 예상보다 견조한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아파트 분양에도 관심이 모인다. 용산구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인만큼 일반 분양될 경우 최소 2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일반분양될 경우 분상제에 따라 내년 기준 분양가 3.3㎡ 당 8000만 원 전후에 분양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인근 이촌동이나 한남동 시세가 3.3㎡ 당 1억 5000만 원으로 2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규제를 피해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공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정 기간 의무 임대를 거친 후 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자유롭게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나인원 한남’과 ‘한남더힐’은 물론 여의도 문화방송(MBC) 부지를 개발한 ‘브라이튼 여의도’ 등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임대 후 분양 방식을 선택한 전례가 있다.

유엔사 부지 남측의 미군 수송부와 정보사 부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특히 동빙고동 7 일대 미군 수송부 부지가 주목받는다. 서울시가 2024년 해당 부지를 지상 7층 이하 2종주거지역에서 용적율 600%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대폭 상향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용산공원 동측권역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에 따르면 미군 수송부 부지는 최고 높이가 70m로 올라가고, 상업지역(비주거비율 10%로 의무화)기 때문에 더파크사이드 서울처럼 복합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빙고동의 CJ대한통운 부지 일대와 정보사 부지 개발 밑그림도 나왔다. 각각 7층 이하 2종 주거지와 1종 일반주거지로 추후 개발계획을 세울 때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단서가 달렸다. 대한통운은 최고 높이 40m, 정보사 부지는 50m 이하로 설정됐다. 배성호 서울시 용산입체도시담당관은 “미군 수송부 부지 반환 이후 함께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광고삭제
AD